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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5 총선읽기] 광주 민심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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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17일 오후 광주 망월동 5.18 국립묘지. 목포에서 25km 떨어진 암태도에서 아낙들이 왔다. "어째 민주당이 한나라당과 그런 일을 한대요. 광주항쟁을 생각해서라도 그러면 안 되지이." 50대 아낙은 "섬사람들 많이 화났지라"라고 했다.

고교 국어선생인 신재수(35)씨는 "4년 전엔 당연히 민주당을 찍었다"며 "탄핵을 보고 이번엔 아예 투표하지 않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16일 아침 호남의 민주당 사람들은 깜짝 놀랐다. 열린우리 47.6%, 민주 12.4%. 무등일보.광주MBC.여수MBC가 탄핵 의결 후 광주.전남 3600명을 조사한 것이다. 이날 저녁 도청에서 가까운 맥줏집. 아르바이트 학생 安모(조선대 4)양은 화난 표정이었다. "아니 대통령은 나라의 기둥 아닙니까. 얼마나 됐다고 자기들 맘대로 뽑아버린대요. 친구들이랑 투표장에 갈래요. 원래 안 가려 했는데…. "

이날 저녁 시내 커피숍. 탄핵 의결을 주도한 민주당의 한 광주 출신 의원은 상기돼 있었다. "정치란 필요하면 적하고도 손을 잡는 거 아니오. 그런데 한.민 공조를 싸잡아 때리고 있어요. '광주 사람을 죽인 전두환.노태우도 내내 대통령을 했는데 왜 노무현을 끌어내리느냐'고 열을 올리는 사람들이 있어요."

광주에 부는 탄핵의 후폭풍은 거세다. 이 바람이 1970년대 신민당의 맥을 잇는 '정통야당'을 뿌리부터 흔들고 있다. 광주는 5.18이라는 역사가 있고, DJ와 민주당에 대한 애정이 깊은 곳이어서 민주당의 추락은 충격이 더 크다. 지난 주말 민주당은 광주 서갑 공천자를 뽑으려고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그러나 욕을 하면서 전화를 끊는 사람이 많아 조사를 못 했다고 한다. 전남북 도백과 군수 몇명도 하루 아침에 열린우리당으로 갔다.

17일 오후 상무지구. 노무현 대통령의 '좌동연 우강철'이라는 염동연(열린우리당)씨가 서갑 지역구를 돌고 있었다. 그는 "이제 민주당의 텃밭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러나 아직 단언하긴 이른 것 같다. 택시기사 趙모(37)씨는 "탄핵, 그것 참 잘한 일"이라고 웃었다. 그는 "盧대통령의 가벼운 언행이 문제"라고 말했다. 이날 저녁 일식집. 시내 중심가 자영업자들이 소주잔을 기울였다. "열린우리당이 참신하긴 한데 인물이 없다"는 말이 돌았다. 한 참석자는 "지역구 의원은 민주당을 뽑아야 시(市)와 호흡이 맞는다"며 "열린우리당은 비례대표로 찍어주면 된다"고 주장했다. 18일 낮에 만난 지역신문 편집국장 출신의 정치평론가는 이렇게 말했다. "아직 모른다. 호남 사람들은 격변을 특히 심하게 겪어 매우 정치적이다."

김진 정치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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