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여행>輾轉反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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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0면

輾은 반 바퀴,轉은 한 바퀴 돌리는 것이다.
그래서 輾轉이라면 몸을 굴리는 것을 말하며 反側은 엎치락뒤치락하는 것을 말한다.
곧 잠을 이루지 못해 이리 뒤척 저리 뒤척하는 것을 뜻한다.
사람이란 감당할 수 없는 일을 당하면 걱정되는 마음에 잠을 이루지 못하게 된다.전전불매(輾轉不寐)라고도 한다.
그러나 본디 輾轉反側의 뜻은 그것과는 거리가 있다.
무슨 걱정거리가 있어서라기보다는 남자가 미모의 여인을 사모한나머지 잠을 이루지 못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일종의 상사병(相思病)때문에 잠을 이루지 못하는 데서 나온 말이다. 『시경(詩經)』의 맨 첫 머리에 보면「관저(關雎)」라는 시가 있다.
한 남자가 어여쁜 아가씨를 짝사랑하는 노래다.
요조숙녀(窈窕淑女)-아리따운 아가씨 오매구지(寤寐求之)-자나깨나 그리네 구지부득(求之不得)-그래도 안되어서 오매사복(寤寐思服)-자나깨나 그 생각 유재유재(悠哉悠哉)-아! 끝없는 사모함 전전반측(輾轉反側)-잠못들어 뒤척이네 얼마나 그렸으면 잠못들어 뒤척일까.이렇게 볼 때 輾轉反側은 결코 나쁜 뜻이 아니라매우 낭만적인 말이라 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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