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여행>指鹿爲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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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0면

진시황(秦始皇)이 죽고 아들 호해(胡亥)가 서니 이가 2세다.하지만 포악과 사치는 아버지를 능가했다.본디 암혼한 군주 밑에는 탐욕스런 재상이 있는 법.재상 조고(趙高)는 야심이 많았다.혼란을 틈타 국권을 마음대로 요리하고 싶었지만 과연 몇이나자신을 믿어줄지 걱정돼 꾀를 생각해냈다.그래서 꽃사슴을 한 마리 바치면서 말했다.
『이 놈은 대완(大宛)의 사신이 바친 망아지입니다.낮에는 천리,밤에는 8백리,도합 하루에 1천8백리를 달리지요.』 『하하하.승상은 농담도 잘 하는구려.사슴을 가지고 망아지라고 하니….』 그러자 조고는 눈을 부라리면서 주위를 돌아보고는 큰 소리로 말했다.
『아닙니다.이것은 틀림없는 망아지 입니다.』 『좋소.사슴인 것 같은데 망아지라고 하니 어디 주위의 대신들에게 물어봅시다.
』 대신들은 난감했다.사실대로 말하자니 승상에게 노여움을 받게될 것이고 망아지라고 하자니 천자를 속이는 노릇이 아닌가.하지만 조고가 무서워 다들 이구동성으로 말했다.
『그것은 틀림없는 망아지입니다.』 2세는 어안이 벙벙했다.꿈을 꾸고 있는건지,아니면 마귀의 꾐에 빠진건지 도무지 구별이 가지 않았다.이 때부터 그는 국사에 일체 간여하지 않고 향락만일삼게 되었다.마침내 그는 조고가 보낸 자객에 의해 피살되고 만다. 指鹿爲馬란 윗사람을 농락(籠絡)하고 권세를 마음대로 하는 것을 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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