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수대>證券작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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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1934년 겨울 디트로이트의 주식투자 전문지 편집장인 콜린스에게 한장의 편지가 날아들었다.당시 유행했던 주가(株價)예측 이론인 다우이론은 부정확하고 엘리엇 자신이 발견해낸 새 이론에따르면 내년 주가는 대폭락할 것이라는 예언까지 적은 편지 내용이었다. 콜린스는 시큰둥하게 응답했다.엘리엇의 예언대로 다음해다우존스 평균지수는 11%나 하락했다.이때 콜린스는 한통의 전보를 또 받는다.
이제 곧 주가가 상승할 것이라는 엘리엇의 급전(急電)이었다.
전보는 이미 2시간전에 부친 것이었다.주식시장은 그때부터 하락에서 상승으로 치솟기 시작했다.여기서 등장하는게 엘리엇의 파동이론이다.주가 움직임에는 5개의 상승 파동과 3개의 하락 파동이 주기적으로 나타난다는 이론이다.
어디에 얼마만큼의 주식을 언제 투자할 것인가.이를 둘러싼 경기예측,상장기업의 재무구조 등에 대한 치밀한 분석과 증시 자체의 주기적 동향등을 합친 과학적 투자전략이 선의(善意)의 증권전략이다.
파우스트는 국가건설을 위해 자금을 어떻게 조달할 것인가를 머리를 싸매고 고민한다.악마 메피스토펠레스가 나타나 주식에 투자하라고 권한다.투자할 자금도 없고 담보물도 없어 불가능하다고 파우스트는 거절한다.
무슨 말이냐,전국 강토에 숨 겨진 금은 보화와 지하자원이 얼마인데 이를 담보로 주식투자를 하면 된다고 악마는 속삭인다.악의(惡意)의 증권전략이다.
상장기업의 자금이 달린다는 정보를 입수하면 「작전세력」은 사주(社主)에게 은밀히 접근해 주식가를 올려주고 그 대가를 받기로 협상한다.작전세력은 긴밀히 움직여 지분 50%까지를 급속히매입해 시세를 올린다음 되팔아 빠져나온다.
여기에 차명계좌와 일임매매의 고객예탁금이 쓰인다.자신의 돈 한푼 쓰지 않고 남의 돈으로 유언비어까지 날조하면서 특정주식값을 올리거나 내리게 한다.검은 뭉칫돈을 둘러싼「69학번파」「부산 CPA파」등 마피아같은 비밀결사조직이 이번 증 권사 대리 피살사건으로 실체를 드러냈다.
근검 절약으로 번 몇푼의 돈을 조금이나마 늘리기 위해 증권을샀던 개미군단의 소시민들은 이런 소식을 들을 때마다 분통이 터지고 맥이 빠진다.자본주의의 꽃이라는 증권시장을 제대로 육성하려면 메피스토펠레스의 악의 씨앗들을 근절하는 일 이 무엇보다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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