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한·미 FTA 국회 처리와 민주당 리더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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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최종 절차(비준)를 위한 여건이 무르익고 있다. 미국 의회는 전제조건으로 한국의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요구해 왔다. 양국의 협상은 거의 타결에 이르렀다. 이명박 대통령의 미국 방문도 유리한 환경 변화다. 이번 방문은 한·미 동맹의 재건을 위한 출발점이다. 이 대통령은 “관계회복을 위해선 미국이 한·미 FTA를 반드시 통과시켜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는 미국 의회를 긍정적인 방향으로 자극할 것으로 보인다. 국내에선 총선이 끝났다. 한·미 FTA에 대한 반대는 농촌에서 높은데 일단 선거가 끝났으므로 농촌 출신 의원은 부담을 덜게 됐다.

정치권은 이런 좋은 조건을 엮어서 이번 임시국회에서 비준안을 조속히 통과시켜야 한다. 그런데도 제1 야당 통합민주당은 ‘4월 국회 처리 불가’를 고집하고 있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 완전개방의 위험성도 살피고 협상력 제고를 위해 미국 의회의 처리 상황 등을 봐가면서 처리해도 늦지 않다는 주장이다. 농촌 지역구 출신인 박상천 공동대표, 김효석 원내대표, 최인기 정책위의장 등이 이런 주장을 내세운다. 미국은 8월 이후엔 전당대회 등 대선 국면으로 들어간다. FTA에 비판적인 민주당이 득세하게 되면 비준을 위한 여건은 악화될 수 있다. 그러므로 통합민주당의 비준연기론은 FTA를 무산시킬 수 있는 위험한 생각이다.

여기서 손학규 통합민주당 대표가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 그는 대선 후 대표를 맡을 때부터 ‘실용진보’를 강조하며 비준안 처리를 주장해 왔다. 그는 “한·미 FTA는 국가 이익과 새로운 경제체제의 미래에 관한 문제”라고 말한다. 파주 LCD단지 등 ‘개방의 이익’을 피부로 경험한 전직 지사로서 자연스러운 인식이다. 그는 이번 임시국회에서 비준안 통과를 실현시켜야 한다. 반대세력이 물러서지 않으면 자유투표를 받아들이고 소극적인 의원을 설득해야 한다. 그것이 바로 리더십이다. 총선은 정권과 한나라당에는 신중과 포용을, 통합민주당에는 실용적 변신을 주문했다. 지금은 손 대표가 통합민주당과 한국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중요한 기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