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바루기] ‘성(性)맹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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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경기도 일산의 초등학생 납치 미수 사건 이후 각 초등학교 정문 앞은 아이들을 기다리는 학부모들로 붐빈다. 수업이 끝나자마자 아이들을 안전하게 집으로 데려가기 위해서다. 늦은 감은 있지만, 정부가 13세 미만의 아동을 성폭행한 뒤 살해한 범죄자에겐 사형이나 무기징역을 선고하도록 관련 법령을 바꾸기로 했다니 다행이다.

한 일간지가 ‘성(性)맹수’라는 말을 썼다. 외국에선 어린이 성폭력범을 ‘섹슈얼 프레더터(sexual predator)’라고 한다. ‘프레더터’는 ‘포식자(捕食者)’ ‘약탈자(掠奪者)’를 뜻한다. ‘맹수(猛獸)’는 주로 육식을 하는 사나운 짐승으로 사자나 범 따위를 이른다. 자기보다 힘없고 연약한 상대를 잡아먹는 ‘동물의 세계’에 빗대 ‘섹슈얼 프레더터’를 ‘성맹수’라고 번역한 것이다.

‘성맹수’란 용어의 수용 여부는 개인마다 다르겠지만, 좀 더 적절한 우리말은 없을까. 아동에 대한 성범죄가 얼마나 짐승 같은 행동인지 사회에 경각심을 일깨우고, 먹잇감을 찾기 위해 두 눈을 번득이며 거리를 어슬렁거리는 사람을 가리키기도 하는.

‘호색(好色)’으로는 부족하다. ‘엽색(獵色)’이 있다. 여기에 사내를 천하게 부르는 한자어 ‘한(漢)’을 붙여 ‘(아동)엽색한(獵色漢)’으로 쓰면 어떨까. 아니면 어떤 일을 습관적으로 하는 사람을 일컫는 ‘-꾼’을 붙인 ‘(아동)엽색꾼’도 생각해 볼 수 있다. 우리 사회가 어쩌다 이렇게 되었는지 불안하고 안타깝다. 아이들에게 ‘사람을 믿지 마라’고 교육해야 하는 현실이 가슴 아플 따름이다.

최성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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