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2당시 군수뇌부 통화공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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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최근 공개된 보안사 감청내용은 지난 79년12월12일 오후8시50분쯤 이건영(李建榮)3군사령관(이하 당시 직책)이 윤성민(尹誠敏)참모차장으로부터 보안사측에 의해 정승화(鄭昇和)참모총장이 연행됐다는 소식을 전해듣는 순간부터 다음날 새벽 노재현(盧載鉉)국방장관의 호출을 받고 국방부에 출두해 연행되기까지 약10시간동안 주로 李장군이 각군 관계자들과 통화한 내용을 담고있다.이번에 공개된 통화내용은 무력진압 의사를 고수하는 장태완(張泰玩)수경사령관의 모습과 허위 보고를 하는 합수부측 장교,갈팡질팡하는 군수뇌부의 움직임 등을 잘 알게해 준다.
이 테이프는 그러나 유학성(兪學聖)국방부 군수차관보,정병주(鄭柄宙)특전사령관,박세직(朴世直)3사단장,유병현(柳炳賢)한미연합사부사령관,盧국방장관,이필섭(李弼燮)9사단 29연대장 등과 李3군사령관의 통화내용은 빠져있다.보안사는 육본과 수경사및 주요 예하부대간의 통화내용을 모두 감청했기 때문에 이런 자료는 어디엔가 보관돼 있을 것으로 보인다.다음은 테이프내용의 요약이다. ◇국방부 점령뒤 혼란 李建榮=『그러니까 지금 1공수에서 와가지고 육군본부.국방부에 갔단 말이지요.』 尹誠敏=『예.지금점령된 것 같습니다.』 李=『그럼 이걸 어떻게 해야되나.』 尹=『글쎄 말입니다.』 李=『아!이걸 어떻게 하지,어떻게 되는 건가….』(12월13일 오전2시 李3군사령관과 尹참모차장과의 통화) ◇尹참모차장의 쿠데타 규정 李=『북괴도 문제가 있고 우리 내적으로도 쌍방간에 총격전이 벌어지고 그러면 어떻게 되느냐이거야.아마 방어부대하고 오는 부대하고 충돌이 생길 것 아닙니까.그렇게되면 이거 굉장히 문제가 생기는데 육군본부에서 저쪽에무슨 뜻인지, 어 떻게 하려는 건지 알아서 이쪽에 내려줘야 될것 아니냐 이거지.』 尹=『지금 모르죠 우리들이야.지금 하나의쿠데타지요.』 ◇하극상과 허위보고=부대출동을 막는 사령관의 지시를 묵살하고 사단참모장이 사령관에게 허위보고를 하는 모습이 담겨 있다.
李3군사령관이 예하 수도군단 참모장 김성환(金成煥)준장에게 수경사 30사단에 가있던 차규헌(車圭憲)군단장의 행적을 묻자 金참모장이 얼버무리다 질책을 받고 있다.
李=『그런데 군단장이 왜 거기 가 있는가 30사단에….』 金=『………』 李=『지금 군단장이 30사단에 가 있다며?』 金=『그건 잘 모르겠습니다.』 李=『(車군단장의)부관은 지금 어디서 전화를 받나?』 金=『………』 李=『부관이 지금 참모장하고전화를 통하는게 어디서 통하지?』 金=『확인해서 보고드리겠습니다.』 李=『직접 전화통화하지 않았다?』 金=『예』 李=『그러면 지금 참모장이 그 상태를 잘 모르는가,나한테 뭘 숨기고 있는가?』 하극상과 허위보고는 李3군사령관이 13일 오전1시50분쯤 9사단 참모장 구창회(具昌會)대령과의 통화과정에서 극적으로 드러난다.
李사령관은 具참모장과의 통화직전 김봉규(金奉圭)9사단 30연대장으로부터 부대출동지시를 받았다는 보고를 받았으나 具참모장은이를 부인하고 있다.
李=『9사단 30연대가 어디 출동하는 모양인데 어디 출동시키는가.』 具=『연대출동 안합니다.』 李=『출동한다고 그러는데 무슨 소리야.』 具=『연대가 말입니까.연대출동 안합니다.』 李=『지금 9사단 30연대장이 삼송리까지 출동한다고 전화가 왔는데….』 具=『연대 출동안합니다.』 ◇장태완 수경사령관의 고군분투=이 자료에는 12일 오후10시16분쯤 張수경사령관이 李3군사령관과의 통화에서 30단에 모여있던 유학성.차규헌.황영시(黃永時)중장등 합수부측의 회유를 단호하게 거절하고 무력진압 의사를 강력하게 밝힌 내 용을 담고 있다.
張=『「兪장군님 남의 부대에 와서 왜 이럽니까」제가 이상해서물으니까 「에이 張장군 거 알면서 왜 그래 이리와」「이리 오기는 어딜와.당신 왜 그래요.왜 남의 부대에 한밤중에 와서 무슨지랄하고 있어.쏴죽인다」이렇게 했더니 황영시장 군한테 전화를 바꿔요.황영시장군이 있다가 「장태완이 너 왜 그래.알만한 사람이 나하고 다 통할수 있는 처진데 왜 그래.너 이리와」「아니 왜 이라십니까.왜 그 의리 좋은 총장님을 어쩌자고 납치해가고 왜 이라요.정말 그라면 내 죽여」했 더니 「차규헌이도 와있고 나 와있는데마 이리와」「무슨…혼자 다해먹어.임마 난 죽기로 결심한 놈이야」.』 ◇軍지휘부의 혼선=12.12 거사를 계획했던합수부측은 통신감청을 통해 육본측 지휘부의 동향을 훤히 파악하고 전두환(全斗煥)보안사령관을 중심으로 각 지역 보안부대나 정규육사출신 지휘관들을 체계적으로 움직이며 정식지휘계통을 무너뜨렸 다.이에반해 육본측은 명령계통마저 제대로 서 있지 못했다.
盧국방장관은 12일 오후10시30분쯤 李3군사령관에게 전화를걸어 참모차장의 지시도 받지 말고 자신의 명령에 따라 부대를 움직이라고 지시,참모총장을 대신해 軍을 지휘하고 있던 윤성민참모차장에게 결정적인 타격을 주고 軍지휘체계에 혼 란을 불러 일으켰다. ◇두장교의 잡담=12.12사건 다음날 군고위층 인사문제를 주제로 신원미상의 영관급 두장교가 잡담하는 내용으로 거의희극에 가깝다.
『응,합참의장도 바뀔 것 같아.그리고 이번에 이동이 많을 것같다.육사교장이다 뭐해 가지고 아마 오늘 내일간에 매듭이 지어질 것 같애.』 『원로들 싹 바뀌더군.그렇지요.엘리트들로….』『요샌 월급 타먹고 애들하고 편히 사는게 좋지,감투많이 써봐야만날 청결이나 하고 말이지.』 『그 옆방이나 밀고 들어가요.』『하하하 참…』 『참 불행한 일이야.정승화 참 그게…그 3군사령관도 그렇고 참 높은 게 좋은게 아니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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