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세 카레이서 “미최대자동차 경주 나가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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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카레이서 경력 16년의 정경용(41·사진)씨는 우리나라 모터스포츠 1세대다. 서킷이 없어 오프로드 대회만 열리던 1992년부터 레이서로 경주에 참가해 왔다. 불혹의 선수인 그가 새로운 도전을 시작한다. 한국인 최초로 미국 나스카에 출전하는 것이다. 나스카는 미국 최대 모터스포츠 대회다.

“후배들에게 길을 열어 준다는 책임감으로 열심히 뛰어야죠.” 그는 19일 미국 워싱턴DC 인근 올드 도미니언 스피드웨이에서 열리는 올 시즌 개막 경기에 참가한다. 그가 출전하는 경기는 나스카의 메인 대회는 아니다. 마이너리그 중 하나인 ‘올-아메리카 시리즈’다. 4~9월 열리는 총 20회 경기에 시보레 임팔라SS를 타고 출전한다.

그가 나스카 무대에 서기까지 9년이 걸렸다.

“1999년 우연히 미국에서 나스카 대회를 봤는데 관객 20만 명이 꽉꽉 들어차서 열광하는 데 감탄했어요. ‘우리의 무대는 미국이다’라고 생각했죠.”

그때부터 나스카 출전 채비를 했다. 미국 경주용 면허를 새로 땄고 비자 신청 준비도 했다. 하지만 1년 6개월간의 노력은 물거품이 됐다. 스폰서를 못 구했기 때문이다. 당시 대다수 한국 기업은 나스카를 알지도 못했고 관심도 없었다. 게다가 시련이 닥쳤다. 2001년 9월 경기 도중 사고를 당한 것이다. 팔을 다쳤고 경주차는 망가졌다. 새 차를 살 돈도 없는 데다 팀의 스폰서도 잡지 못했다. 그는 꿈을 접고 멕시코로 이민을 갔다.

하지만 멕시코에서 시작한 의류사업이 신통치 않았다. 무엇보다 차가 그립고 경주장의 굉음이 듣고 싶었다. 1년 만에 한국으로 돌아왔다. 선수로 뛰진 못하고 레이싱팀 감독을 맡았다. 차를 타고 싶은 의욕은 꺾이지 않았다. 마침내 지난해 포르셰 911GT3를 장만한 그는 GT 마스터 시리즈에 선수로 출전했다. 6년 만에 서킷에 선수로 복귀한 것이다. 결과는 아무도 예상치 못한 종합우승이었다.

그동안 포기하지 않았던 나스카 진출의 길이 트였다. 외국계 타이어 기업이 스폰서가 되기로 한 것이다.

그는 첫해부터 당장 우승을 하긴 어렵겠지만 경력을 쌓아 메이저리그에 해당하는 ‘스프린트컵’으로 올라간다는 계획을 세웠다.  

한애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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