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50년재일동포현주소>下.在日주의 새물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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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원 코리아(One Korea)」와 「재일(在日)주의」.재일동포 사회를 꿰뚫고 있는 새 조류(潮流)는 두 말로 압축된다.
「원 코리아」는 민단-조총련간 벽 허물기운동이고,「재일주의」는 세대교체이후 동포사회가 그리는 새 지평이다.요컨대 차별을 딛고 일본사회에 떳떳하게 뿌리를 내리려면 민단-조총련이라는 국경아닌 국경도 허물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원 코리아」관련 행사는 수두룩하지만 그중에서도 지난해 8월오사카(大阪)에서 열린 「원 코리아 바둑대회」는 민단-조총련 벽허물기의 상징적 예다.당시 남북관계는 김일성(金日成)사망후 조문파동으로 극도의 경색 국면을 맞았지만,민단- 조총련 바둑팬2백50명이 어울려 「38선 없는」반상(盤上)의 열전을 벌였다.『대회개최를 그만두자는 얘기가 양쪽에서 모두 나왔지만 남북관계가 어려운 때일수록 화합이 중요하다는 결론을 냈지요.대회 슬로건도 「대결보다 친목으로」결정됐습 니다.』 오사카 코리아바둑협회 김한익(金漢翊.58)회장은 『당시 조총련이 김일성사망 추도 분위기속에서 대회를 허가한 것 자체가 「사건」으로 대회는 동포사회에 적지않은 반향을 불러일으켰다』고 말했다.
지난해 11월 교토(京都)지역 민단과 조총련 동포 1천3백명이 어울려 약 1.2㎞의 행진을 했던 「원 코리아 퍼레이드」도민단-조총련간 화해 움직임을 잘 보여주고 있다.정갑수(鄭甲壽.
40.오사카 거주)씨는 문화활동을 통한 화해운동 과 관련해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다.그는 해방 40돌을 맞은 85년부터 한국과 조선이 『색깔구별 말고 하나가 되자』는 취지에서 「민족.
미래.창조 페스티벌」을 열고 있다.사물놀이.춤.패션쇼등을 공연하는 이 행사는 처음에 동포들의 별다 른 호응을 받지 못했으나민단.조총련계 인사들의 지원으로 지금은 화합의 장(場)으로 자리를 굳혔다.91년에는 「원 코리아 페스티벌」로 행사이름을 바꿨으며,올해는 10월에 도쿄(東京)와 오사카에서 두차례 공연을갖는다.『처음과 비교하 면 격세지감(隔世之感)을 느낍니다.「동포사회가 하나가 돼야 한다」는 취지에 처음엔 민단.조총련 모두냉담했지요.5년정도 지나서부터 동포 상인들이 조직에 관계없이 광고형식으로 돕고 있습니다.』 鄭씨는 『페스티벌 실행위원회에 민단.조총련계의 젊은 학생 30여명이 참가하고 있다』면서 『이들의 소망은 우리 것을 지키면서 일본에 뿌리를 내리는 것』이라고 말한다.
가야금합동연주(교토)와 「통일의 춤」(도쿄)도 화합의 문화행사다.스포츠교류는 오사카 청.장년 유도대회와 가와사키(川崎)市민단-조총련 상공인 주최 골프대회가 연례행사가 되고 있다.사이타마(埼玉)와 후쿠오카(福岡)에서는 동포들의 권 익옹호사업이 공동 진행중이다.
이같은 움직임은 재일동포의 세대교체에 따른 의식변화의 산물이다.본국의 남북대결을 답습해 온 1세들은 이제 7%밖에 안되고,주도적 역할을 2,3세에게 물려주고 있다.『민단과 조총련을 의식해본 적이 거의 없어요.한글강좌나 문화행사가 있을 때면 주최 여부에 상관없이 참석합니다.』某신문사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송정혜(宋正慧.23.오사카 거주)양은 『「너는 민단,나는 조총련」하는 식의 편 가르기는 옛 이야기』라고 잘라 말한다.
여기에는 조총련내의 脫이념화 현상도 한몫하고 있다.올해초 사망한 조총련 상공인의 대부(代父) 전진식(全鎭植)씨는 지난해 10월 『세카이(世界)』誌와 인터뷰에서 脫이념의 재일주의를 강조해 파문을 일으켰다.민단과 조총련 인사들은 오는 11월 도쿄와 오사카에서 「재일동포의 새로운 공동체를 바라며」를 주제로 해방 50년 기념 심포지엄을 갖는다.양측이 전국 규모의 공동행사를 추진하는 것은 처음이다.재일동포사회의 화합과 아이덴티티(정체성)확립 해결책을 찾기위한 그들의 노력이 큰 성과를 거두기를 기대해본다.
[東京.大阪=吳榮煥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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