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수첩>논리만으론 이해힘든 북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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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러시아에는 짧게는 4~5년에서 많게는 20년 가까이 북한에서살다온 사람들이 많다.그들은 북한을 논리적으로만 이해하려고 해서는 안된다는 생각을 가졌다는 점에서 매우 독특하다고 할 수 있다. 남한 사람들이 「기대」와 「원망」이라는 정치적 프리즘을통해 북한을 본다면 그들은 북한에 살았던 체험을 토대로 북한을이해하려는 경향이 있다.이들은 북한의 삼선비너스호 억류조치로 국내가 들끓는 것과는 사뭇 다른 각도에서 이번 사태 를 본다.
그들은 『정확히는 모른다』는 전제아래 북한이 단순 사진촬영행위라도 스파이행위라고 오해할 수 있는 별난 사고방식을 가졌다고 지적한다.
김일성대학출신으로 평양대사관에서 수년간 근무했던 한 외교소식통은 북한의 독특한 사고방식에 관해 몇가지 사례를 들었다.
7년전쯤 옛 소련 선박이 해주로 시멘트를 실으러 갔다.당시 선원들은 선실벽이나 천장에다 김일성을 그렸었다.
북한 인부들은 이 그림을 보고 보위부에 신고했고 지도자를 모독한 행위라고 해서 진상조사를 한다는 등 법석을 떨었다.
지도자모독은 별스러운데까지 이른다.
78년 김일성의 초상이 들어간 1백원짜리 지폐가 나왔다.그런데 외국인들이 돈을 지갑에 넣는 과정에서 김일성의 얼굴이 반으로 접히게 됐다.당시 북한주민들은 돈을 절반으로 접지 않고 양쪽을 접어 김일성의 초상을 소중하게 「모셨었다」.
그뒤 북한은 외국인한테는 1백원권을 내주지 않았다.이런 사례들은 북한식 사고방식에 유별난데가 있음을 잘 보여준다는게 러시아내 북한통들의 의견이다.
그들은 북한이 그렇게 나올 때 발끈해 맞대응하면 사태가 꼬이는 것이 보통이라고 강조한다.확실히 이들의 관점은 「쌀까지 주는 마당에 고마워해도 감지덕지인데…」라고 생각하는 우리에게 거슬린다. 그러나 거시적 남북관계라는 관점에서 북한의 사고방식을알아둘 필요가 있다는 지적에 한번쯤 귀기울여 볼 만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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