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시 끝없는 ‘기업 사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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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포항시는 13일 열린 프로축구 경기 K-리그에 지역 우수 기업인 25명을 초청, 직접 사인한 공을 관중에게 선물토록 하는 등 사기를 북돋웠다. [포항시 제공]

오징어 같은 수산물 훈제품을 만드는 ㈜정화식품상사(포항시 송라면 조사리)는 국제 규격을 생산하기 위해 시설 확장이 시급했다. 문제는 확장 대상 부지가 농림지역에 포함돼 있었다. 농지법 등을 적용하면 농림지역에는 공장 설립이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회사 측은 포항시 기업노동과와 협의한 뒤 지난해 12월 말 농지전용 허가를 신청했다. ‘기업활동 규제 완화에 관한 특별조치법’을 적용하면 전용 허가를 받을 수 있다는 관계자의 답변을 들은 때문이다. 이 법에 따르면 국제적 규격 인증을 위해 기존 시설을 증설할 경우 농지 전용도 가능한 것으로 돼 있다. 전용대상 농지가 공장과 공장 사이에 위치해 보존 가치가 없는 점도 유리하게 작용했다.

포항시는 농지전용 승인을 맡은 경북도 관계자를 현장에 ‘모셔 와’ 확인 절차를 거치고 특별법을 적용하면 전용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경북도는 결국 지난 2월 농지(8138㎡) 전용을 허가했고, 정화식품은 확장에 들어갔다.

포항시가 친기업 행정에 팔을 걷어부쳤다.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서다. 덕분에 공장 신·증설이 속속 이뤄지고 있다.

시는 지난해 7월부터 공장 민원 원스톱 처리반을 운영 중이다. 행정·토목·환경직 등 5명이 한 팀을 이뤄 공장설립 민원을 한 자리서 처리하는 부서다. 서류는 실무자를 거쳐 기업노동과장 1명이 결재하면 끝이다. 건축·환경 등 5~6개 부서가 서로 협의해 공장 설립 여부를 결정하는 다른 시·군과는 다른 형태다.

이 부서는 지난해 말 인천공장을 포항으로 옮기려던 금속조립업체 ㈜유아산업(청하면 고현리 소재)에 공장 뒤쪽 보전임지(1만9000여㎡) 전용을 보름 만에 승인, 공장 이전을 가능하게 했다. 원스톱 처리로 민원 처리도 30일에서 7일 정도로 단축됐다.

시는 또 다음달부터 시 예산으로 중소기업에 고용보조금을 지원해 준다. 공장 신·증설로 내국인을 20명 이상 고용하면 초과하는 1인당 30만원씩 3개월간 지원한다는 것. 자치단체가 고용보조금을 지급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시는 2006년 이후 우수기업인 표창을 받은 최고경영자 25명을 13일 열린 프로축구 경기에 초청, 직접 사인한 공을 관중석에 던지게 하는 등 사기를 북돋아 줬다. 최근에는 포스코 인근 도로와 다리 등을 ‘포스코로’‘포스코대교’로 이름 붙이기도 했다.

17~22일 일본 나고야에서 열리는 정부투자설명회에는 박승호 시장이 참석해 해외기업 유치에 나선다. 시는 지난해부터 본격적인 친기업 행정을 편 덕분에 영일만 배후산업단지에 11개 업체(투자 규모 1조4000억원)를 유치하는 성과를 올렸다.

기업노동과 김영철(50) 과장은 “올해 유치키로 한 100개 기업 중 이미 소형 공장 신설 및 창업 20개, 증설 4개 실적을 올렸다”고 말했다.

황선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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