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행위예술가 손영철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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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젊은 행위예술가 손영철(孫煐哲.33)씨가 오는 22일부터 31일까지 서울동숭동 갤러리21((766)6511)에서 세번째 개인전을 연다.
우리 화단에서는 아직 제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는 퍼포먼스를 89년부터 계속 펼쳐왔던 그는 이번 개인전에서도 종전과 비슷하게 철학적 분위기가 강한 행위를 선보일 작정이다.
주제는 「비몽사몽(非夢似夢)」.인간 내부에는 일상을 도모하는현실성과 현실을 탈출하려는 환각성이라는 이중적 요소가 갈등을 일으킨다는 생각을 표출할 계획이다.
『인간의 의식은 무궁무진하게 변화합니다.어디 한군데에 고정되는 것을 거부하지요.자신의 미래 모습을 정확하게 예측할 수 없듯이 저의 작업은 특별한 목표없이 무대의 상황에 따라 다르게 나타날 것입니다.』 孫씨가 열흘동안 펼쳐보일 이번 전시는 매일상이한 모습으로 전개된다.첫날에는 바깥에서 개막퍼포먼스를 갖고이튿날부터는 갤러리안에서 날짜에 따라 차례로 설치될 여러 물품과 어우러지면서 그의 독특한 몸짓을 관객과 함께 나눈다.
예컨대 그는 싸구려 물컵,야산에서 집어온 못난 돌,여러가지 식물,전시장 안에 풀어놓은 새들을 하루나 이틀 간격으로 추가하고 그때그때의 공연을 비디오에 계속 담아 관객에게 공개한다.따라서 그의 작품은 매일 조금씩 순차적으로 양(量) 이 늘어나도록 구성됐다.
『제작업의 생명은 관객과의 교감입니다.높아진 관객의 의식이 핵심이지요.사람들의 반응 하나하나에 따라 제 모습도 달라질 것입니다.물론 언제 어디서든 관객들이 동참하는 개방된 자리지요.
』 孫씨는 이같은 행위로 지나치게 개인화된 현대미술의 흐름에 반기를 든다.또다른 특징은 동양적인 세계관.불교적 각성이나 명상적 선(禪)과 같이 그는 한순간의 깨달음에 몸을 던지는 것이다. 경원대 회화과를 졸업한 그는 『형식은 비록 서구에서 빌려왔지만 속내용만은 동양의 것을 계속 지켜나가겠다』고 말했다.
朴正虎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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