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라이트>잊혀진 사람들 사할린의 한인들-SBS 12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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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일본군에 강제징용돼 사랑하는 가족과 고향을 등지고 떠나 사할린에서 탄광촌 철도공사.군부대등에 투입돼 힘겨운 강제노역에 시달린 한인들.그들의 소원은 오직 하나,고향에 뼈를 묻는 것이었다. 『잊혀진 사람들-사할린의 한인들』은 냉전의 비극 속에 치열한 삶을 살아야 했던 사할린 동포들의 한맺힌 사연들을 추적한다큐멘터리.
1945년 8월,일본이 항복을 선언하자 한인동포들은 귀향의 꿈을 꾸었으나 일본군이 한인들의 귀향선 승선을 전면 거부하는 바람에 그들은 또다시 소련에 의해 억류당하고 만다.그후 50년.당시 사할린에 강제로 끌려온 4만3천명의 한인들 중 현재 생존자는 1천명이 채 못된다.
지난 50년을 하루같이 『고향에 가서 죽어야 하는데…』하며 남쪽만 바라보던 아버지가 얼마전 꿈을 이루지 못하고 돌아가셨다고 전하는 아들의 눈에 눈물이 맺힌다.
그들은 강대국의 세력경쟁 틈바구니에서 어이없이 운명이 뒤바뀌어 버렸음에도 50년이 지난 오늘도 무국적자로 살아간다.『가고싶은 마음은 태산같지만 어떻게 가.우리 형제는 다 저 세상 사람이 됐는걸.』고향으로 돌아가더라도 이젠 반겨줄 피붙이 하나 없는 신세다.
이 다큐멘터리는 지난 62년 단돈 25달러로 도미,현재 마운트 홀요크대 교수로 재직중인 재미교포 김대실(58)씨가 제작.
대본.감독을 도맡아 만든 것.소련영상원에서 찾은 1945년 8월 사할린에서의 일본군과 소련군의 치열한 전투장면 등이 최초로소개되기도 한다.한편 그는 『이 작품을 광복50주년 기념일 전에 완성키로 사할린 동포들과 약속했다』며 『한국에서 방송하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李殷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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