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점검>흔들리는 中企살릴 묘책없나-독립中企 현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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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중소기업들이 무너지고 있다.지표상의 경기는 대호황이지만 중소기업들엔 부도의 찬바람이 불고있다.작년 하루 평균 31개였던 부도업체가 올들어선 계속 40개에 육박하는 실정이다.
대그룹의 협력회사들은 그래도 사정이 덜하다.급하면 기댈 수도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소위 중견그룹과의 거래하는 협력회사들,그리고 대기업과관계없는 독립 중소기업들이 느끼는 어려움이다.최근들어 규모도 있고 역사도 오랜 제조업체들조차 맥없이 주저앉아 사태의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인천에서 배관용 볼 밸브를 만드는 ㈜대흥은 동종업체중 한발 앞서 KS마크를 획득하는등 잘 나가는 회사였다.그러던 것이 지난해 11월 부도를 내고 최근 회사정리 절차를 밟고 있다.
『18년이나 된 회사다.불과 작년까지만 해도 외국설비를 들여오는등 생산설비 투자를 많이 했다.그러나 건설회사들이 잇따라 부도를 내면서 납품대금을 떼이는등 흔들리기 시작했다.』 이 회사 경리부 이민항(李敏恒)차장은 도산의 가장 큰 원인으로 「도미노 부도」를 꼽았다.
광림기계등 일부 중견기업들이 잇따라 부도를 내고 올초 덕산여파까지 덮치자 자금줄을 쥐고 흔들던 사채업자들은 물론 금융기관들이 중소기업을 보는 눈이 1백80도 달라졌다.
자연 어음할인 틈이 좁아지면서 걷잡을 수 없는 자금압박을 받다 채권자등에게 회사를 넘겨줬다.
광신(廣信)판지는 박스 포장재료로 쓰이는 골판지를 생산해오다수요가 줄어들면서 손을 들어버린 케이스.이 회사 사장은 골판지조합 이사장을 맡을 정도로 동종업계에선 내로라하는 업체였으나 판로를 찾지 못해 쓰러지고 말았다.
대기업들과 협력관계를 갖지 않고 홀로서기 경영을 하는 중소기업들의 경우 이렇듯 취약한 경영구조를 갖고 있다.
경공업 위주의 노동집약적인 중소기업들은 고질적인 자금난 외에인력과 기술이 없어 쩔쩔 매고 있다.구로공단 의류 임가공업체인원신어패럴을 12년째 운영중인 유남희(柳男熙)사장은 1백50명의 사원중 70%를 주부사원으로 충당하고 있다 .
柳사장은 『구인광고를 내봤지만 돈만 날렸다.공장안에 탁아소를세우고 주부사원을 모집하는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이에따라 연평균 30억원을 올리던 매출규모는 자꾸 줄어 올해는 20억원 채우기도 땀이 날 지경이라는 푸념이다.
대기업들의 어음결제 기간은 많이 개선됐지만 중견기업등은 공정거래위 단속을 교묘히 피하고 있다는 것이 중소기업들의 하소연이다.일부 업체는 제때 대금을 주지 않는데다 6개월짜리 어음을 주는 경우도 있다는 것.
구로공단에서 전자부품 금형을 만드는 주은정공 신현효(申鉉孝)사장은 『6개월이 넘는 어음을 받고 할인에 따른 이자율을 떼고나면 결국 손해보는 장사』라고 말했다.
기협중앙회 한기윤(韓基允)경제조사부장은 『정부가 금융기관에만자금지원을 종용할 것이 아니라 정부예산의 3.4%에 불과한 중소기업 재정지원 규모를 일본의 7%만큼 끌어올려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高允禧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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