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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 라이벌 열전] (20) 청국장 vs 낫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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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국장 vs 낫토’. 한국과 일본의 대표적인 콩 발효식품이다.

우리 선조가 언제부터 청국장을 먹었는지는 불분명하다. 고구려의 옛 영토인 만주 지방의 기마민족이 말 안장 밑에 삶은 콩을 넣고 다닌 것이 ‘원조’ 청국장이라는 얘기가 전해진다. 말의 체온에 의해 삶은 콩이 자연 발효돼 청국장이 됐다는 것. 또 청나라에서 전래돼 청국장(淸國醬)이란 설과 전국장(戰國醬, 전쟁 때 간단히 만들어 먹는 장)에서 유래했다는 설이 있다.

낫토의 기원도 명확하지 않다. 쇼토쿠 태자 시대(6세기)부터라는 설과 전설적인 사무라이 하치만 다로 시대(11세기)부터라는 설이 양립한다. 낫토(納豆)라는 명칭은 승려의 부식으로 납품됐다는 의미다.

제조법은 비슷하나 제조 기간은 청국장이 길다. 삶은 콩에 바실러스균(발효균)을 주입해(과거엔 볏집 이용) 이 발효균을 15∼18시간 배양한 뒤 3일가량 숙성시키면 낫토가 얻어진다. 청국장은 역시 바실러스균을 이용해 발효시킨 콩에 소금을 넣어 한 번 더 발효시켜 만든다. 제조에 10일 이상 소요된다.

청국장과 낫토는 다음 네 가지 이유로 원료인 콩(대두)보다 나은 웰빙식품으로 평가된다(인제대 식품생명과학부 김정인 교수).

첫째, 소화가 잘 된다. 바실러스균은 단백질 분해효소를 생성하는데, 이 효소가 콩의 단백질을 쪼개 소화하기 쉬운 아미노산으로 바꾼 덕분이다. 이 효소는 혈전(피떡)을 녹이는 작용도 한다. 심장병·뇌졸중 등 혈관질환 환자에게 권할 만한 식품이다.

둘째, 변비·설사를 예방한다. 청국장 30g을 섭취하면 콩엔 없는 300억 마리의 유익한 세균을 섭취한다. 유익균이 장을 튼튼히 하는 것이 쾌변의 비결이다.

셋째, 질병에 대한 면역력을 높여준다. 발효된 콩을 젓가락으로 떠보면 끈적끈적한 실 같은 물질이 나온다. 이것이 면역력을 증강시키는 것으로 밝혀진 PGA(폴리글루탐산)다(경상대 식품공학과 김정환 교수).

넷째, 숙취 해소와 골다공증 예방에도 유용하다. 알코올 분해를 촉진하는 비타민 B2와 칼슘 흡수를 돕는 비타민 K가 콩보다 많이 들어 있다.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진 것은 낫토다. 청국장의 효과를 밝힌 연구 결과가 적은 탓이다. 일본의 히로유키 박사는 낫토에서 혈전을 녹이는 효소(낫토키나제)를 찾아내 이를 전세계에 알렸다.

영양 면에선 대동소이하다. 단백질 함량은 청국장(100g당 19.3g), 당질 함량은 낫토(100g당 9.8g)가 약간 높다. 지방은 두 식품 모두에 상당량 들어 있다(청국장 100g당 8.1g, 낫토 10g). 그러나 원료인 콩의 지방 함량(약 20g)보다는 적다.

영양소·건강 성분의 보전 측면에선 생으로 먹는 낫토가 낫다. 청국장을 끓이는 과정에서 웰빙성분인 유익균·단백질 분해효소·비타민 B2 등이 상당 부분 파괴되기 때문. 청국장을 끓이지 말고 가능하면 생으로 먹으라고 추천하는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또 혈압을 높이는 나트륨(소금 성분)이 청국장(100g당)엔 6g 들어 있다. 낫토는 나트륨이 거의 없는 것(이도히키 낫토)과 많이 든 것(시오 낫토, 제조과정에서 소금 첨가)이 있다. 심장병 환자는 낫토를 먹기 전에 의사와 상의해야 한다. 혈액 응고를 촉진하는 비타민 K가 들어 있어서다.

박태균 식품의약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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