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상선 스톡옵션 모두 무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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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현대상선의 김성만 사장은 14일 ‘정당하지 않은 길은 돌아가야 한다’는 이색적인 보도자료를 냈다. 2003년 노정익(현 서울대학교 지주회사 추진단장) 전 사장 등 임직원 34명이 받은 90만5000주(14일 종가 기준 370억원)의 스톡옵션을 모두 취소하겠다는 것이 골자다.

김 사장은 “당시 스톡옵션 부여는 정관 규정 등을 어겨 법적 효력이 없다”며 “조만간 이사회를 열어 모두 취소하겠다”고 밝혔다. 회사 측은 스톡옵션을 받고 아직 현직에 있는 임원에게는 포기각서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노 전 사장 등이 스톡옵션을 받은 때는 2003년 8월 10일이다. 정몽헌 회장이 대북 송금과 비자금 사건으로 수사를 받다 투신 자살한 지 일주일째 되던 날이었다. 김 사장은 “그날은 임직원이 정 회장님의 유품을 금강산에 묻기 위해 가던 때”라며 “모두가 슬픔에 빠져 있을 때 이사진은 추모행사에서 빠진 채 급히 이사회를 열고 ‘임원 성과보수 부여 안건’을 처리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당시 이사회 의사록을 보면 모 이사는 “정몽헌 회장의 타계에 따라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스톡옵션 부여는 시기가 적절하지 않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김 사장은 또 “이를 주도한 사람(노 전 사장을 지칭)이 가장 큰 수혜자인 것은 일반 상식과 정서에 비춰볼 때 납득할 수 없는 행위라 정당성을 인정받을 수 없다”고 했다. 노 전 사장은 20만 주의 스톡옵션을 받아 14일 현재 차익이 약 82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하지만 노 전 사장은 이날 본지와의 전화통화에서 “스톡옵션 부여는 적법한 절차를 거쳐 문제가 없다”고 반박했다. 그는 “현대상선은 당시 주가가 1000원까지 떨어지는 등 어려운 상황이라 경영진의 심기일전이 시급하다고 봐 스톡옵션을 준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당시 실무진에서 외부 법률자문을 받아 문제가 없다”며 “2005년부터 행사 가능한 스톡옵션에 법적 하자가 있었다면 왜 그동안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는가”라고 반문했다. 그는 “스톡옵션은 규정상 사임 전에 행사해야 되기 때문에 사표를 내기 직전 행사 의사를 분명히 밝혔다”며 “정상적이라면 회사가 곧바로 입금계좌를 지정해 스톡옵션 차익을 줘야 하지만 아직 아무런 대답도 없다”고 말했다. 당시 이사회에 참석했던 한 사외이사도 “그때 현대상선 임원은 임금과 상여금이 동결된 상태라 이를 보전해 주는 차원에서 스톡옵션을 준 것”이라며 “장철순 이사는 빠졌기 때문에 ‘재직 임원 전원에게 스톡옵션을 줄 수 없다’는 정관을 위배한 것도 아니다”고 반박했다.

안혜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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