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 기름오염 처리기술개발 아쉽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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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적의 심장부에 대포를 쏘고 세균들을 뿌려대며,특수물질로 적을 둘러싸 옴쭉달싹 못하게 만든다.』 흡사 전쟁의 한 장면이 연상되지만 이는 현재 선진각국이 사고로 유출된 기름을 제거하기위해 이미 개발한 각종 첨단기술들의 내용이다.
시 프린스號 사고로 현재 국내에서 사용되고 있는 흡착포와 油처리제는 이들의 눈에는「원시적 무기」로 비칠 뿐이다.
유출기름 처리에 대한 선진국의 연구는 현재 화학.물리.생물학적 지식이 총동원되는 양상을 띠고 있으며,80년대 후반부터 연구가 집중적으로 이뤄져 일본.미국.러시아.영국등을 중심으로 3백여건의 특허가 출원,등록돼 있는 상태다.
화학적 처리방법의 경우 우리나라에선 계면활성기능을 갖고 있는유처리제사용이 고작이지만 외국에선 이미 유처리제에 의한 2차오염이 없도록 천연물질을 이용하는 방법이 진행중이다.
미국의 로스웰社는 아민화한 진흙을 이용,기름을 응집토록한 뒤수거하고 다우닝社는 특수처리된 고무가루.조개가루등을 이용,기름을 표면에서 흡착하는 방법을 최근 각각 개발해냈다.
국내의 유처리제는 기름을 아주 작은 조각으로 나눠 물에 쉽게섞이도록 하는 일종의 비누원리를 이용하는 것으로 수면위의 기름막 분해를 주목적으로 하고 있다.이에 반해 이들 회사는 기름이물에 섞이게 하기 보다 기름을 모아 수거하는 기술에 중점을 두고 있고 화학약품에 의한 오염에 대비,천연원료를 사용하는 것이특징이다.
이와함께 일본의 시케이社는 배가 접근할 수 없는 상황에 대비,기름중화제와 화약을 섞은 포탄을 발사해 포탄이 유출지역의 상공에서 터지면서 분산되도록 하는 방법을 개발해내기도 했다.
물리적인 방법은 현재 세계 각국이 흡착포방식에 의존하고 있지만이는 해상에서만 효과가 있고 해안가 바위나 모래사장에는 전혀활용할 수 없다.
이때문에 미국의 엑손社는 기름이 잘 달라붙는 성질을 가진 올레핀계 중합체를 재료로 빗자루나 브러시를 만들어 냈으며,폴라머린社는 오염된 뻘과 모래에 특수시멘트를 섞어 콘크리트화한 뒤 이를 분말처리,일반 공사장에서 콘크리트로 활용하는 방법을 특허출원하기도 했다.
생물학적인 방법은 지난 89년 알래스카에서 발생한 엑슨 발데즈號 좌초사건에서 처음으로 사용됐는데 주로 슈도모나스.안트로박터.아세토박터와 같은 세균을 이용하는 방식이다.
이들 세균은 탄소.수소.산소로 이뤄진 기름의 분자 가운데 탄소를 먹이로 삼고 있어 분해효과가 생겨나는데 바닷물에 뿌려질 경우 그들의 생식환경에 맞지 않고 다른 미생물에 먹혀 효과가 떨어지는 단점이 있다.이때문에 최근의 연구는 세균 이 좋아하는영양제로 마이크로캡슐을 만들고 그 안에 세균을 담아 오염지역에뿌리거나(일본 도쿄농업기술大 개발) 이들 세균이 만들어내는 천연계면활성제를 이용,기름을 분해하는 방법이 연구되고 있다.
이번 사고를 계기로 외국의 선진기술을 조사했던 특허청 정순성(鄭淳城)심사관은『기름처리에 관한 국내특허는 8건에 불과하고 그나마 대부분이 기초적인 물리적 기술』이라며『이 분야에 대한 국내의 연구가 매우 시급한 상태』라고 밝혔다.
〈 李孝浚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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