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자금 발언파문 법무.검찰 수사명령 체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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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검찰이 서석재(徐錫宰)前총무처장관의 전직 대통령 비자금 발언파문에 대한 조사를 한사코 거부하다 7일 저녁 안우만(安又萬)법무장관의 지시로 조사에 착수하자 법무장관과 검찰총장간의 법적관계가 관심을 끌고 있다.
현행 검찰청법상 기소독점주의.기소편의주의에 따라 어떤 사건에대한 수사착수및 기소여부는 전적으로 검찰의 전권이다.따라서 법무장관이 일선 검사에게 특정 사건에 대한 조사착수를 지시할 수없다. 그러나 같은 장관급인 검찰총장에 대해선 다르다.검찰청법은 법무장관이 구체적 사건에 대해 검찰총장만을 지휘.감독한다고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제8조).
이 경우 일선 검사들은『검사는 검찰권행사에 있어서 상사(上司)의 명령과 지휘.감독에 복종한다』는「검사동일체의 원칙」에 따라 총장의 명령에 따라야 하고,따라서 조사착수가 가능해진다.
지난해 9월「지존파사건」같은 잔혹한 범죄나 한국통신 노사분규사건등 굵직굵직한 공안사건때도 법무장관의 지시로 검찰이 수사에나서는등 이같은 선례는 적지 않다.
다시말해 국정의 최고책임자인 대통령은 국무회의등을 통해 국무위원인 법무장관에게 검찰권을 행사토록 지시할 수 있고 장관은 또 검찰총장에게 수사를 지시,정부의 검찰권행사가 일사불란하게 이루어지는 것이다.
그러나 법무장관이 이 조항을 남용해 사사건건 총장에게 수사권발동을 요구할 경우 검찰이 정권의 시녀로 전락,법의 집행자인 검찰의 독립성이 손상될 수 있다.
〈李相列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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