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자금 파문-조성방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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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건설업계가 비자금의 「황금어장」으로 알려진 것은 무엇보다도 단위 프로젝트당 예산규모가 크기 때문이다.통상 1천억원대가 넘는 주요기반시설 프로젝트의 경우 수십억원 정도 뚝 잘라 내더라도 「죽그릇에 숟가락질 하기」처럼 흔적도 남지 않 는다.
그 대표적인 것이 92년에 발주된 8백억원 규모의 수도권 K하천 수로개수공사.당초 이 공사는 인접 간척지를 쓰레기매립장으로 제공한 D건설이 맡기로 업계 내부적으로 담합이 이루어져 있었다.그러나 정부 고위층을 등에 업은 또 다른 D 社가 예정가를 사전에 알아내 불과 5백35원 차이로 입찰금액을 써내 공사권을 따냈다.당시 정부는 이 하천을 한강에 연결하는 운하건설계획을 추진중이었고 이 사업이 문민정부의 민자유치대상 사업으로 확정되자 문제의 D社는 기다렸다는 듯이 투자의향서를 제출했다.
이 사업의 투자비 규모는 1조원이 넘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사회간접시설에 대한 투자가 집중돼 1천억원대의 대형공사가 줄줄이 이어졌던 6共 기간중에는 이처럼 고위층이 입찰에 직접 개입한 것으로 알려진 프로젝트가 많았다.당시 안병화(安秉華)한전사장의 구속(12억원 수뢰)으로 어느 정도 베일이 벗겨진 발전소 건설공사,공교롭게도 양대 항공사의 계열 건설사에 나란히 낙찰된 영종도 신공항 건설공사등이 이와 관련해 특히 의혹을 받고있다.5共시절의 LNG 인수기지 건설공사도 정치적 입김이 작용한 대표적 프로젝트로 알려져 있다.
정치적으로 시공업체가 결정될 경우 통상 5~10%의 검은돈이오갔던 관행을 감안하면 문제의 비자금을 형성하는데 건설업계가 기여한 바가 적지 않았을 것으로 업계에서는 보고 있다.
〈부동산팀〉 5,6共시절에는 청와대가 대기업으로부터 막대한 자금을 조성해 여당을 운영하고 선거비용으로 사용하는게 당연한 것으로 여겨져왔다.대기업들은 신규사업에 대한 감사의 표시나 명절때 인사치레의 명목으로 수억~수백억원을 청와대에 전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전두환(全斗煥).노태우(盧泰愚)前대통령들이 광복절등 국가행사나 추석.연말등 명절때 30대그룹등 주요 그룹엔 한번에 5억~10억원,대기업엔 1억~2억원정도를 받았고 이권사업인 경우 수십억~수백억원씩을 개별적으로 챙겼다는 얘기다.
A그룹의 B전무는『청와대가 주요국가계획을 발표하는 자리나 국가행사때 그룹총수나 비자금관계자들을 초청하면 참석기업들이 알아서 돈을 냈다』면서『이밖에도 대통령이나 부인 생일때는 주요그룹총수들이 축하사절을 보내거나 자신이 직접 청와대를 방문해 수억원대의 성의를 표시했다』고 말했다.
80년대초 5共시절 부실기업정리시 국제그룹의 계열사를 인수할때 C.D社등 대기업에서 수십억원,6共때는 신설방송국허가등 이권사업이 걸렸을 경우 수백억원대의 자금이 청와대로 헌납됐다는 소문이 이어지고 있다.
따라서 4천억원의 돈은 재임때 충분히 챙길 수 있는 규모라는게 업계의 중론이다.그러나 대부분 이런 얘기들은 소문으로만 떠돌아다녔지 실제로 확인된 적은 없다.한보그룹의 수서(水西)사건때 이권사업에 대한 대가로 수백억원이 청와대에 들 어갔다는 소문도 나왔으나 당사자인 정태수(鄭泰守)회장은 비자금부분에 대해서는 일체 함구로 일관해 밝혀진게 아무것도 없다.
다만 정주영(鄭周永)현대그룹명예회장이 92년 정치에 참여하면서 추석과 연말때 당시 전두환대통령에게 20억~30억원,노태우대통령에게 50억~1백억원을 냈다고 폭로해 정치자금의 일각이 드러나기도 했다.5共때는 강압적으로 기업마다 지정 해 정치자금을 걷는 식이었다면 6共때는 이권과 관련해 기업들이 알아서 자진헌납하는 방식이었다는 것이다.全前대통령은 퇴임후 돈을 CD등을 통해 굴리고있고 盧前대통령은 개인적으로 가까운 D기업을 통해 관리하고 있다는 소문도 나오고 있다 .
〈산업부〉 5,6共시절 대통령의 내인가를 우선 받아야 허가가났던 골프장 신규허가권도 대통령 비자금(비資金)조성에 한몫 한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골프장업계등에 따르면 전두환(全斗煥)前대통령 시절인 81~87년 전국에서 모두 29개의 골프장신규허가가 났다는 것이다.
당시 골프장허가는 규정상 업체가 교통부에 신규허가를 신청,교통부장관 명의로 허가가 나가도록 돼있으나 청와대내인가 과정에서사실상 허가가 이뤄졌다는게 골프장 업계의 정설(定說)이다.
물론 이같은 내인가 과정에 건당 20억~40억원의 정치자금이건네졌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6共 초기인 88년부터 90년사이 전국에서 모두 1백39개의골프장허가가 이뤄졌는데 이때도 여전히 건당 20억~30억원씩이정치자금 명목으로 전달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현재까지 골프장 신규허가건수는 모두 1백78건으로 이중 78%인 1백39건이 6共기간중 이뤄졌다.때문에 골프장 한 곳에서20억원의 정치자금을 헌납했을 경우 6共 기간중 무려 2천7백여억원의 비자금이 조성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 기되는 것이다. 〈수도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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