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 ‘어닝 쇼크’ 미·유럽 증시 찬바람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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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호 03면

미국의 대표 기업인 제너럴일렉트릭(GE)의 실적 악화가 글로벌 증시를 강타했다.
GE는 11일(현지시간) 올 1분기 순이익이 43억6000만 달러(주당 43센트)로 지난해 같은 기간(49억3000만 달러)보다 6% 줄었다고 발표했다. 이는 월스트리트의 전망치(주당 51센트)를 크게 밑돈 것이다. GE의 주가는 이날 하루 12.79% 급락해 470억 달러(46조원)에 달하는 주식 가치가 허공으로 사라졌다. 이 같은 하락폭은 1987년 10월 블랙 먼데이 이후 최대였다.

미국과 유럽 증시는 일제히 하락했다. GE의 실적 악화와 함께 4월 소비자신뢰지수(63.2)가 82년 이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는 소식이 시장을 짓눌렀다. 다우지수는 하루 전보다 256.56포인트(2.04%) 떨어진 1만2325.42로 거래를 마쳤다. 나스닥지수는 61.46포인트(2.6%) 떨어진 2290.24를 기록했다. 영국 FTSE100지수와 프랑스의 CAC40지수, 독일 DAX지수도 나란히 1% 이상 하락했다.

GE의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인 제프리 이멜트는 “투자은행인 베어스턴스 사태 등으로 시장 상황이 너무 나빠지는 바람에 주식과 채권·부동산 등을 빨리 처분하지 못해 순이익이 크게 줄었다”고 밝혔다. GE 금융부문은 팔지 못한 자산 가운데 13억 달러 정도를 부실 자산으로 분류해 털어냈다. 이것만으로 주당 순이익이 5센트 정도 감소했다. GE를 상징하는 제조업 부문도 1분기 순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6% 감소했다.
1890년 ‘에디슨전기회사’로 출발한 GE는 가정용 전구에서 항공기 엔진까지 수백 개 군의 제품을 생산해 ‘미국 경기의 온도계’로 불린다.

도이체방크의 애널리스트인 벤저민 페이스는 “GE의 제조업 부문은 미국뿐 아니라 세계 경제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라며 “실적 악화는 같은 제품을 생산하는 다른 기업뿐 아니라 경제 전체의 사정이 생각보다 나쁘다는 것을 반영한다”고 말했다.

GE의 부진은 앞서 발표된 세계 3위 알루미늄업체인 알코아의 실적 악화, 컴퓨터 CPU 생산업체인 AMD 및 세계 최대 운송업체인 UPS의 실적이 나빠지리란 전망과 맞물려 미국 경제의 침체 우려를 더욱 증폭시켰다. 월스트리트의 상장사 실적 전망도 어두워지고 있다. 미국 증권사들은 어닝시즌 직전인 4일 S&P500지수 종목의 1분기 평균 순이익이 지난해보다 12.3%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지만 GE 실적 발표 직후 이 수치를 14.1% 감소로 더 내려 잡았다.

증권사들은 그러나 2분기를 바닥으로 기업 실적이 좋아질 것이란 기존 입장은 바꾸지 않았다. 기업 실적이 2분기에 3.2% 감소했다가 3분기 16.1% 증가하고 4분기엔 64.2% 급증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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