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천억 비자금 파문 어떻게 전개될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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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전직 대통령의 비자금보유설 파문은 3일 발설자인 서석재총무처장관의 전격사퇴를 가져왔다.발언이 공개된 하루만의 조치다.더구나 김영삼(金泳三)대통령은 자신의 휴가지에서 이같은 단안을 내렸다. 金대통령은 그만큼 파문의 조기수습 필요성을 느낀 것 같다.야당의 공세표적을 사퇴시키는 동시에 舊여권에 대해서도 발설내용의 사실여부를 떠나「저의」가 담기지 않았음을 명백히 해두려고 속결의 방법을 취했다고 보이는 것이다.동시에 민정계 의 동요를 최소화하는 방법이라고 판단했을 것 같다.
파문이 오래될 경우 金대통령이 의도하고 있는 임기하반기의 국정쇄신 작업에 차질을 빚게 될지 모른다는 우려가 작용했을 가능성도 있다.이제 정부와 민자당은 파문을 徐前장관 개인문제로 축소시키면서 진화를 시도할 것으로 관측된다.
그러나 이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야권의 공세는 늦춰지지 않고있다.야권은 金대통령의「청남대 구상」을 희석시키기 위해서라도 상당기간 일정 수위이상의 공격을 계속할 것으로 보인다.
새정치국민회의의 김대중(金大中)상임고문은 金대통령이 직접 수사지시 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관철되지 않을 경우 임시국회 소집과 국조권발동 추진,정기국회에서의 추궁을 다짐하고 있다.金고문은 金대통령의 방미후 그 조짐이 보이기 시작한 민자-민주-자민련간의 화해기류에 제동을 걸려고 하는 것 같다.
민주당도 재무위소집등 즉각적인 국회차원조사를 요구하고 있다.
다만 민주당은「여야를 막론한 검은돈의 대주주」라는 표현으로 金고문까지 겨냥하고 있다.자민련은 대변인 성명으로 당국의 수사를촉구하는 가운데 김종필(金鍾泌)총재는 침묵을 지 켰다.
물론 야권의 공세만으로 이번 파문이 지속되기는 어렵다.야당들의 입장이 다르고 이해의 차이가 커 공조가 어려워서만이 아니다.무엇보다 사실관계 규명이 어렵다.4천억원이란 거액이 실제로 숨겨져 있을 가능성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이 적지 않다.또한 실재(實在)한다고 할지라도 이는 일단 사법처리의 대상이 아니라 과세의 대상이다.그래서 과거와 마찬가지로 說로 끝날 가능성이 높다.金대통령의 귀경이후 정국 관심은 그의 향후 정국운영 방안에 모아질 것이다.
하지만 徐前장관 자신은 타격받지 않을 수 없을 것 같다.실각도 실각이지만 본격적인 정치재개를 구차한 해명으로 시작해야 한다는 점이 그로서는 괴로울 것이다.新.舊여권간의 균열이 어느정도 심화되는 것 역시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파 문의 와중에서 나타난 舊여권세력의 불만,徐장관 인책론을둘러싸고 나타났던 견해차이등으로 양측은 서로의 거리를 다시 한번 확인한 모습들이다. 〈金敎俊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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