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대통령 “친이·친박하는 데 그런 말 어딨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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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이 11일 청와대에서 강재섭 한나라당 대표와 첫 정례회동을 하기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사진=김경빈 기자]

이명박 대통령은 11일 “친이(친이명박), 친박(친박근혜)하는데 친이, 친박이 어디 있느냐”며 “친이라 그러기에 친이재오인 줄 알았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저녁 청와대 상춘재에서 열린 한나라당 지도부·선대위 관계자들과의 만찬에서 “친이, 친박이 나오니까 아직도 경선 국면이라고 생각하고 착각하는 것 아니냐”며 이같이 말했다고 참석자들이 전했다.

특히 이 대통령은 “국내에 내 경쟁 상대가 어디 있느냐”며 “내 상대는 외국 지도자들이고, 국가 경쟁력을 올리는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자리에 참석했던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만찬이 끝난 뒤 “대통령이 특정 정파의 수장도 아닌데 왜 아직까지 친이, 친박이냐”며 “이제 그런 논란은 사라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대통령이 4·9 총선의 ‘일등공신들’을 치하하는 자리였던 만큼 만찬은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진행됐다.

이 대통령은 분위기가 흥겨워지자 직접 맥주에 국산 양주를 섞은 ‘폭탄주’를 네 잔 만들어 옆 자리의 박희태·김덕룡 중앙선대위원장, 김학원 최고위원과 함께 “이젠 위하야(野)가 아니라 위하여(與)지요”라는 조크성 구호를 외친 뒤 마셨다고 한다. 이어 다른 참석자들에게도 폭탄주를 돌렸다. 한 참석자는 “폭탄주만 1인당 다섯 잔은 넘게 마신 것 같다”며 “여러 차례 청와대에 가봤지만 경호 요원들이 당황할 정도로 자유롭게 식사한 건 처음”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총선 결과와 관련해 “과반의석을 준 국민에게 감사드린다. 국민이 정말 절묘하게 표를 주셨다. 이제 일하는 국회를 만들어 민생경제 살리기를 뒷받침해 달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면서 “청와대가 (선거를)못 도와줘 미안하다”는 말도 했다.

중식 코스요리로 준비된 식사가 시작되자 이 대통령은 ㅁ자형으로 차려진 테이블을 돌며 일일이 참석자들에게 덕담을 건넸다고 한다. 공천에서 탈락하고도 공동선대위원장을 맡아준 박희태·김덕룡 의원과 맹형규 의원에겐 “이분들이 개인만 생각했으면 선거운동을 못했을 것”이라며 러브샷도 했다고 한다. 박 의원은 “고맙다. 153석이 결코 작은 숫자가 아닌데 자꾸 언론에서 ‘턱걸이’라고 한다”고 말했다.

그러자 박재완 청와대 정무수석이 “성경에 보면 베드로가 153마리의 물고기를 잡았다는 얘기가 나온다”며 “이 숫자가 풍요와 축복의 상징이어서 ‘153’이라는 상표의 볼펜도 있다”고 말했다. 한 참석자는 “박 수석의 말에 독실한 기독교 장로인 이 대통령도 크게 고개를 끄덕이며 ‘이게 아주 의미 있는 숫자’라고 맞장구를 쳤다”고 전했다.

이 대통령은 또 선거운동 과정에서 ‘여기자 성희롱 파문’에 휘말렸던 정몽준 최고위원에게 “어찌됐든 빨리 사과하길 잘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벚꽃이 만개한 상춘재에서 열린 만찬은 오후 7시에 시작해 두 시간여 만에 끝났다. 만찬에는 한나라당 선대위 관계자와 청와대 관계자 20여 명이 참석했다. 하지만 낙천자인 정형근 최고위원과 낙선자인 이방호 사무총장 등은 불참한 것으로 알려졌다.

글=남궁욱·권호 기자, 사진=김경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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