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잠 깬 곰 3연승 … ‘중고 신인’ 김현수 5타수 5안타 앞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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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격도 좋고 생각보다 발도 빠르다. 우리 팀이 추구하는 야구에 맞는 선수가 아닌가 싶다.”

11일 프로야구 두산과 LG의 잠실 경기에 앞서 김경문 두산 감독은 좌익수 김현수(28)의 가능성을 거론하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2006년 신일고를 졸업하고 입단한 그를 처음부터 주목한 사람은 드물었다. 일명 신고선수. 프로야구에서 제 몸값을 받지 못하고 연습생에 가까운 신분으로 들어온 그였다.

6연패 뒤 3연승. 두산의 상승세를 김현수가 이끌어 냈다. 김현수는 이날 경기에서 5타수 5안타 3타점으로 맹활약, 김 감독의 기대에 부응했다. 0-1로 뒤진 1회 무사 2루에서 우전 적시타로 타점을 뽑아 균형을 맞춘 김현수는 2회에도 다시 중전 안타를 때려 냈다.

압권은 6회였다. 2사 주자 2루에서 2루수-유격수 사이를 빠지는 안타를 친 뒤 중계 플레이의 틈을 타고 2루까지 내달렸다. 아웃카운트에 구애받지 않는 전력 질주로 재치 있는 주루 플레이를 선보인 것. 5안타는 프로 입단 후 김현수의 첫 기록이다. 두산은 5-1에서 그치지 않고 후반에 3점을 추가해 8-3으로 크게 이겼다.

김현수는 경기가 끝난 뒤 “처음 두 타구가 운 좋게 안타로 연결되면서 5타수 5안타를 기록할 수 있었다. 시즌 초반에는 장타에 대한 욕심이 앞서 좀 부진했지만 이제는 안타 하나씩만 쳐내자고 생각하고 있는데 그게 주효했다. 올 시즌 목표는 전 경기 출장과 팀 우승”이라고 말했다. 김 감독은 “모처럼 초반에 타선이 터져 게임이 잘 풀렸다”고 만족감을 표시했다.

두산은 2회 이종욱, 김현수의 연속 안타에다 3번 고영민의 115m짜리 스리런포로 LG를 두들겼다. 김동주는 이어 솔로포를 쏘아 올려 팀 타선에 불을 댕겼다. 톱타자 이종욱과 클린업트리오 고영민-김동주를 연결시키는 징검다리 타순 2번의 역할은 이날 김현수를 위한 자리였던 셈이다. LG는 9회 김상현이 투런포를 터뜨렸으나 승부가 이미 기운 뒤였다.

두산 선발 이승학은 7이닝 동안 8탈삼진 4피안타 2볼넷으로 단 1실점만 내주며 시즌 첫 승을 거뒀다. LG 선발 최원호는 5와 3분의 2이닝 동안 홈런 2개를 내주고 5실점, 두산전 5연패의 늪에 빠졌다. LG는 3승9패로 최하위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김재박 LG 감독은 “오늘도 투타 밸런스가 여전히 맞지 않았다”고 패인을 분석했다.

1위 롯데는 KIA와의 홈경기에서 7-3으로 승리했다. 로이스터 롯데 감독은 주중 삼성전이 비로 취소되자 홈 팬들을 위해 에이스 손민한의 등판 일정을 주말 3연전 첫 게임으로 바꿨다. 2만8000여 홈 팬은 열광했다. 손민한은 6이닝 동안 8안타를 내줬지만 2실점으로 잘 막아냈다. 위기 때마다 삼진으로 KIA 타선을 돌려세우며 에이스 몫을 해냈다. 2회 1사 2, 3루에서 차일목·김종국을 연속 삼진으로 솎아냈고, 3회 2사 2, 3루의 위기를 맞았지만 김원섭을 삼진으로 처리하며 불을 껐다.

목동경기에서는 연장 13회에 터진 정상호의 결승홈런으로 SK가 우리를 6-4로 눌렀다. 정상호는 4-4로 맞서던 연장 13회초 2사 3루 기회에서 좌측 담장을 넘기는 대타 홈런으로 승부를 뒤집었다. 정상호는 지난달 29일 LG와의 홈개막전서도 연장 11회말 대타 끝내기홈런을 쳤다. 

김성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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