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호세상보기>後3金,폭풍속으로 가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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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여기는 서울,태평양상의 대통령 전용 1호기 나오라 오버.』『여기는 1호기,서울 말하라 오버.』 『지금 黨이 두쪽나게 생겼다.10여명이 탈당한다고 한다.까딱 잘못하면 30~40명이 움직인다고도 한다.거기다 사조직(私組織)을 척결하고 차기 대권주자를 가시화(可視化)하라고 들이대는 괴문서까지 돌고 있다.』『당이 쪼개진다고? 지금 어느 당 얘기냐,민주당 얘기냐.』 『민주당 좋아하네.우리 당 얘기다.』 『또 무슨 움직임이 있는가.』 『당내 계파를 일소하고 당을 민주적으로 운영하라는 당풍(黨風)쇄신운동 서명 작업이 벌어지고 있다.』 『난기류의 발원지는 어딘가.』 『여의도에 만든 우리 당 연구소다.』 『잠깐 기다려라.(잠시 수군거리는 소리.곧 이어 낮고 긴박한 목소리로)서울 잘 들어라.지금 1호기의 주인공이 태평양상의 저기압(低氣壓)을 양 손에 긁어모으고 있다.공삼거사(空三居士)로 불리며 무협계를 평정한 그의 장풍(掌風)의 위 력을 생각하라.수상한 움직임을 보이는 자들은 즉각 몸을 사리라고 전하라.그는 아직도「싹쓸이」「판깨기」와 같은 고단수를 구사할 줄 안다.그는 팽(烹)에도 능하다.구(狗)가 될 자 또 있나.』 『알았다,1호기.교신 끝인가.』 『잠깐,여의도 연구소를 긴급 대피(待避)시켜라.우리 당이 차린 특정 연구소만이 아니다.여의도에 사무실을 차린 연구소는 모두 떠나라고 하라.그는 자신의 분신으로 생각하는 사조직을 척결하라는 말에 격노하고 있다.「확실히」「철저히」「절 대로」같은 단정적 언어 사용은 그의 고유 상표 아닌가.그런 말을 쓰지 말라는 것은 자신의 개성을 죽이라는 말과 다름없다고 생각한다.처칠에게 시가를 치우라고 하면 되겠는가.』 『(혼잣말로「처칠 같은 소리하네」한 뒤)알았다 1호기,교신 끝인가.』 『잠깐,야당과의 화해를 위해 DJ와 JP를 만나보라고 건의했다며?화해건 딴목적이건 그건 그럴 듯하다.곧 회동 자리를 준비하라.교신 끝이다.』 『아이고,후광(後廣)얼마만이오.신당 창당 작업에 얼마나 수고가 많소.아이고 운정(雲庭)더 건강해 지셨구려.핫바지라고 엄살을 떨더니 신수가 훤해지셨습니다.』 『거산(巨山)이야말로 클린턴과 놀고 오더니 더 훤해지셨구려.신당을 만들면서 일사불란하게 내 뒤를 따르라고 했더니 몇명이 옆길로 새고 있어 골치가 아픕니다.거기다 민주개혁 시민모임이니 30대 각계 연대(連帶)니 하는 오합지졸들이 나 는 물론이고 우리 3金을 싸잡아 욕하고 있습니다.우리가 극복할 걸림돌이고 청산할 대상이라는 거예요.』 『자민련을 좀 키워보려고 했더니 왜들 그렇게 이 눈치 저 눈치 살피는지 모르겠어요.이 바쁜 때에휴가를 가겠다는 간부들이 있으니,뭐 X세대 정치인쯤이나 되는줄아나보죠.그래서 나부터 휴가를 반납하겠다고 했지요.』 『우리 만남은 우연이 아닙니다.그것은 우리의 바람이었습니다.우리의 운명은 잊기엔 너무 기구했습니다.서로 상처를 준 과거를 돌아보지맙시다.후회도 맙시다.치받는 소리,물러가라는 외침이 드디어 커지기 시작하는데 눈물을 보이지 맙시다.
우리는 서로 사랑하고 상련(相憐)합시다.』 〈수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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