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대통령,KT.JP회동 의미-新黨정국에 미묘한 波長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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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여야(與野)영수가 참으로 오랜만에 자리를 함께 할 것같다.
오는 31일 김영삼(金泳三)대통령이 각당 대표들을 초청해 방미(訪美)성과를 설명하는 자리에 김종필(金鍾泌)자민련총재가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 것이다.
청와대로부터 정식 초청장을 받지 못한 상태지만 28일 金총재는『만일 초청장이 온다면 못갈게 뭐가 있느냐』고 말했다.
이긍규(李肯珪)비서실장은『국가원수가 외국에 다녀와 성과를 설명하는 자리』라며『참석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만일 이 만남이 성사된다면 대통령과 야당대표가 오랜만에 얼굴을 맞대는 셈이다.
이기택(李基澤)민주당총재 또한 아직 결정을 하지않은 상태나 긍정적으로 검토중이라 3黨의 얼굴이 함께 자리할 가능성도 높다.다만 신당의 김대중(金大中)상임고문은 당이 창당되기 전이라 초청 대상에서 제외된다.
李총재는 지난해말이후 계속 金대통령을 비난해온 처지인 점에 비춰 그가 새로 변한 정치환경에 어떻게 대응할지 주목된다.
자민련 金총재가 이 초청에 응한다면 올초 金대통령으로부터「팽(烹)」당한 이래 처음이다.감회가 깊을 법하다.지방선거 약진을계기로 야당대표로 권토중래(捲土重來)한 입장이라 특히 그렇다.
金총재 본인도 이날『지난 1월10일 청와대 주례 회동후 벌써 반년이란 세월이 흘렀다』며 민자당대표로서 金대통령과의 마지막 만남을 회상하기도 했다.
그러나 단순히「감회가 깊다」는 것 외에 현재 정치권의 기상도로 보아 두사람간 만남이 주는 의미와 파장은 클것같다.
김대중씨의 정계 복귀로 정치권의 新3金구도는 보다 확연해졌다.최일선에서 3金간의 본격적인 경쟁과 협력시대도 열렸다.
지방선거에서는 DJ(김대중고문)와 JP(김종필총재)가 은근히연대해 YS(金대통령)를 압박했었다.그리고 그 결과는 두사람 모두의 승리를 불러왔다.반면 앞으로 3金은 15대총선을 놓고 각자 정치운명을 건 한판 승부를 벌여야 한다.특 히 DJ의 신당 창당을 계기로 세사람은 원내 제1당을 차지하기 위해 치열한경쟁을 벌일 것이란 관측이 정치권에선 우세하다.
이런 구도에서 金대통령과 자민련 金총재간의 만남은 3金간의 역학관계에 미묘한 기류를 형성할 수도 있다.
金총재는 지난 7일 국회 대표연설에서『야당도 이제는 국가경영에 참여하는 책임있는 주체로 협력과 경쟁의 정치를 해야한다』고말했었다.그는 그후에도 여러차례 현 정부와의 협력을 거론했다.
지난주 지방순방때 대구에서는 『정기국회에서 더이 상 金대통령을비난하지 않겠다』고도 했다.
지방선거에서 유지했던 DJ와의 단선적인 연대를 벗어던진 金총재의 이런 말들은 독자 행보를 의미하는 측면이 강하다.그가 한국정치의 독립변수로 이제 선택의 폭을 넓히려는 의도라는 것이다. 이번 청와대 만찬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 것도 같은 맥락이다. 요즘 金총재는 DJ의 신당과 舊여권을 놓고 세불리기 경쟁을 벌여야 한다는 점도 의식하고 있다는 후문이다.그 때문인지 그는 부쩍 TK(대구.경북)지역에 대한 단도리를 강화하고 있다. 자민련측은『대통령이 국정의 파트너인 야당대표에게 외국 순방결과를 설명하는 자리』라는 원론을 강조하지만 한국정치의 실세인두사람의 만남이 갖는 무게는 그만큼 크다.
〈朴承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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