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100만 대군’ 중국 진격 작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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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정몽구 현대·기아자동차그룹 회장, 궈진룽 베이징 시장(오른쪽부터)이 8일 베이징 현대 2공장에서 생산된 중국형 아반떼 ‘웨둥’ 1호차에 기념 사인을 하고 있다.

현대·기아자동차 그룹이 세계 2위 자동차 시장인 중국에서 연 100만 대 생산체제를 갖추고 시장 공략에 나섰다.

현대차 중국 생산법인 베이징현대는 8일 베이징 순이(順義)구에서 연산 30만 대 규모의 제2공장 준공식을 하고 가동에 들어갔다. 이 자리엔 정몽구 현대·기아차 회장, 궈진룽(郭金龍) 베이징시장, 이현주 주중 한국 대리대사 등 600여 명이 참석했다. 현대차는 이날 아반떼의 첫 중국 현지형 모델 ‘엘란트라 웨둥’(悅動)의 발표회를 열고 시판에 들어갔다.

이로써 현대·기아차의 중국 내 생산 능력은 베이징 현대 1공장(연 30만 대)과 장쑤(江蘇)성 옌청(鹽城)시의 기아차 1, 2공장(43만 대)을 합쳐 103만 대가 됐다. 현대차는 1공장에서 EF쏘나타·아반떼XD 등 5개 차종을 생산하고 있다. 2공장은 당분간 웨둥만 생산하고 추후에 서너 차종을 투입할 예정이다. 현대·기아차는 2010년 중국 판매를 104만 대로 늘려 ‘생산-판매 100만 대 시대’를 열겠다는 포부다.

정몽구 회장은 기념사에서 “60만 대 생산체제 구축은 베이징현대가 중국 최고 자동차 회사의 하나로 컸다는 뜻이다. 중국 고객의 니즈를 반영한 디자인과 사양의 제품을 계속 선보이겠다”고 말했다.

◇중국 총력 판매 체제로=현대·기아차의 중국 현지 생산 능력은 미국(60만 대)이나 유럽(60만 대) 현지 생산보다 훨씬 커졌다. 중국 승용차 시장은 지난해 594만 대에 이어 올해 684만 대로 급성장할 것으로 추산된다. 5년 뒤(2013년)에는 1000만 대를 돌파할 것으로 전망된다.

기아차가 1997년, 현대차가 2002년 중국에 진출한 뒤 양사는 꾸준히 커왔다. 현대차는 5년여 만에 100만 대 판매를 넘겨 현지에서 ‘현대 속도’라는 말까지 만들어낼 정도였다. 그러다 지난해에는 경쟁사들의 가격 인하 공세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한 데다 중국 소비자들의 취향에 맞는 신차를 내놓지 못 해 깊은 부진에 빠졌다.

양사의 시장점유율은 총 10%에서 6.3%로 곤두박질쳤다. 현대·기아차는 판매망을 대폭 정비했고, 중국인들 입맛에 맞는 신모델 개발에 나섰다. 그 첫 작품이 이번에 나온 중국형 아반떼 웨둥이다. 현대차의 중국 내 딜러망을 337곳에서 연말 420곳, 2010년 550곳으로 늘리기로 했다.

현대는 올해 웨둥 10만 대를 비롯해 모두 38만 대를 판매해 점유율 6.1%를 달성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웨둥’을 첨병으로=‘웨둥’은 중국인 취향에 꼭 맞춘 준중형급 세단이다. 아반떼의 변형 모델이라고 하지만 개발 비용 650억원을 투입해 13개월이 걸린 사실상 새 모델이다. 판매가는 10만~13만 위안(1393만~1812만원)으로 현지에서 팔리는 아반떼XD(9만~11만 위안, 1254만~1533만원)보다 비싸다.

중국 소비자 설문을 통해 차체 길이와 너비·높이를 아반떼XD보다 17~60㎜ 크게 했다. 또 대형 라이에이터그릴과 날카로운 모양의 헤드램프를 채택했다. 차체 색상도 중국인이 좋아하는 붉은 색과 짙은 커피색을 추가했다.  

베이징=이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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