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려라공부] 서울대 오헌석 교수의 과학 영재 키우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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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에 대한 주인의식, 끈질긴 집착력과 집중력, 학구적인 가정환경….

서울대 교육연구소 한국인적자원연구센터의 오헌석 교수팀이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과학자 조윤제(포스텍·분자생물학), 황준묵(고등과학원·수학) 등 31명의 성장기를 조사한 결과 나타난 공통적인 특성들이다. 4월 과학의 달을 맞아 오 교수에게서 과학 꿈나무 키우는 법을 들었다.

◇“자기주도적 학습태도 길러야”=오 교수는 “공부의 주체가 자기라는 주인의식을 갖고 학창시절 스스로 학습계획을 세워 실천한 과학자들이 많다”고 말했다. 눈길을 끄는 것은 과학자들이, 부모가 독서를 많이 하고 의사소통이 자유로운 가정에서 자랐다는 점이다. 어려서부터 부모의 독서 습관을 따라 하면서 학문적 소양과 태도를 자연스럽게 익힌 셈이다.

오 교수는 “어릴 때 박물관 관람, 다큐멘터리 시청, 과학자와의 만남, 과학 독후감 쓰기, 공상과학만화 읽기 등을 많이 해 과학적 마인드를 일찌감치 가진 경우가 많았다”며 “그런 과정에서 자기가 좋아하는 분야나 잘하는 분야를 발견해 몰입했다”고 말했다.

“과학자는 수십 년간 한 분야를 집중적으로 연구해야 하는데, 좋아하지 않으면 이를 즐기기 힘들죠.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끈질긴 집착력과 집중력이 필요한데 이게 다 자기가 좋아야 가능한 일입니다.”

과학자가 돼 세상을 더 좋게 만들고 싶다는 꿈을 어릴 때부터 갖는 것도 중요하다고 한다.

“똑같이 로봇 만화를 봐도 아이들의 반응은 다릅니다. 자기가 로봇이 돼 적을 물리치겠다는 아이도 있고 자신이 그런 로봇을 만들겠다는 아이도 있습니다. 후자가 과학적 자질을 갖고 있는 아이죠. 부모가 이를 분별해 잠재력을 키워줘야 해요.”

◇“부모부터 열린 생각 가져야”=오 교수는 부모가 자주 대화하면서 자녀의 뇌를 자극하고 사고력을 길러 주는 조언자·지지자가 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부모가 사회적 평판이 높은 특정 직업으로 진로를 유도하는 것은 위험해요. 자녀가 세상에 대해 흥미를 갖고 이를 과학에 대한 즐거움으로 이어지도록 이끌어야 합니다. 적성에 맞는 분야를 찾도록 부모가 촉진제 역할을 해야 하는 거죠. 그러려면 부모의 열린 가치관과 자유로운 집안 분위기가 필요합니다.”

그는 학부모들이 과학 지식을 심어 주기 위해 독서 범위를 과학서적에 한정하는데 이는 잘못된 교육이라고 지적한다.

“유·초등 시기엔 문학·예술 등 폭넓은 독서를 통해 세상에 대한 이해와 인문학적 소양을 갖도록 해야 합니다. 그 과정에서 자녀가 좋아하는 것과 잘하는 것을 찾을 수 있고 그런 다음에는 스스로 공부를 할 겁니다.”

오 교수는 “자녀의 시험 성적보다는 창의력을 높이 평가해 줘야 한다”며 “공부를 잘한다고 과학자가 되는 것은 아니다. 현상을 보는 사고력이 과학적인지 판별해 그에 맞는 교육환경을 마련해 줘야 한다”고 주문했다.

“과학교사의 역할도 중요합니다. 과학적 탐구력이 커지는 중·고교 땐 과학교사에게서 과학자 모델을 찾기도 합니다. 이때 과학적 탐구력을 증폭시켜 주고 적합한 교육프로그램을 받도록 이끌어 줘야 합니다.”

글=박정식 기자, 사진=오상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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