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평범한 외모의 소중함을 아세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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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외모의 여성이 성형수술을 통해 미인으로 변모하는 과정을 보여줘 '외모 지상주의를 부추기는 선정적인 방송'이라는 비난을 받았던 케이블 채널인 동아TV의 '도전! 신데렐라'가 외모 지상주의 피해자들의 목소리를 담는 쪽으로 개심(改心)했다.

17일부터 격주로 수요일 밤 10시30분에 방영하는 2기 '도전! 신데렐라'는 신체적인 결함으로 고통받는 이들이 재건성형을 통해 자신감을 찾아가는 과정을 보여주게 된다.성형이라는 소재는 같지만 접근 방식은 180도 달라졌다. 그냥 둬도 괜찮은 용모를 더 예쁘게 만들어준다는 '미인 만들기'방식에서 벗어나 외모를 중시하는 사회 분위기 탓에 어깨를 펴고 생활하지 못하는 이들을 위한 '희망 찾기'로 방향을 튼 것이다.

4000여명의 지원자 가운데서 뽑힌 주인공은 모두 네명. 얼굴 한쪽이 성장하지 않는 롬버그 증후군을 앓고 있는 김모(22)씨와 얼굴을 비롯해 온 몸이 검은 점으로 뒤덮여 있는 선천성 모반증 환자 송모(24)씨, 가슴이 너무 커 등이 휘고 어깨 통증까지 호소하는 고도 비만의 방모(33)씨, 유두가 하나 더 있는 서모(20.남)씨 등이다. 여성 일색이었던 1기와 달리 남성 지원자가 전체의 10% 정도를 차지해 이번엔 남자 도전자가 한명 포함됐다.

첫회는 도전자 선발을 위한 최종 면접 과정과 본인 및 가족의 인터뷰를 담았다. 온 몸에 퍼진 점 때문에 찜통 더위에도 반팔 한번 못 입어봤고 어릴 때 길을 가면 모르는 사람이 "얼굴에 먹물 묻혔느냐"고 말해 상처를 받았다는 송씨, 여러 각도에서 사진 한번 찍어보고 싶다는 김씨, 선발되지는 못했지만 뚱뚱해서 이혼을 당했다는 아주머니, 입사 면접 시험에 가면 업무 능력은 전혀 묻지 않고 "언제부터 살이 쪘느냐"는 질문만 받았다는 여성 등 외모 때문에 설움을 안고 사는 이들의 생생한 얘기가 꽤 폭넓은 공감을 얻을 것 같다.

이들의 얘기를 듣다보면 외모가 평범하다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큰 축복인지 새삼 깨닫게 될 뿐 아니라 외모라는 잣대만으로 남을 평가하는 우리 사회가 얼마나 폭력적인지 반성하게 된다.

동아TV 관계자는 "1기 '도전! 신데렐라' 방영 당시 시청자들이 질타했던 부분을 겸허히 받아들여 2기부터 방향을 바꿨다"고 말했다.

안혜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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