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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열전24시] 손학규 후보 부인 이윤영 vs 박진 후보 부인 조윤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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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보통사람의 어머니라면 결혼을 앞둔 딸에게 사윗감으로 두 종류의 사람을 피하라고 한다. 선거에 출마하겠다는 사람, 그리고 사업하겠다는 사람이다. 그러나 정치 1번지 서울 종로에선 손학규 후보의 부인 이윤영씨와 박진 후보의 부인 조윤희씨의 선거 내조가 한창이다. 손 후보가 숱한 선거를 치렀지만 이씨는 선거 내조가 이번이 처음이란다. 바이올린을 켜던 조씨에겐 벌써 세 번째다. 정치인의 아내란 자리가 이들을 변하게 했다. 오늘도 이들은 종로 골목을 누비며 “손 후보의 집사람입니다” “박 후보의 안사람입니다”를 외치고 있다. 남편의 당선을 위해…. 편집자

꽃 좋아하고 부끄럼 많던 그녀
“이젠 바구니에 표 담고 다녀요”

이윤영씨가 7일 서울 종로 노인복지회관에서 점심 배식 봉사를 하고 있다. [사진=조용철 기자]

6일 오후 3시. 통합민주당 손학규 후보의 부인 이윤영(62)씨가 서울 종로구 창신시장을 찾았다. 이씨가 “이제는 낯이 익네요” 하며 정육점 주인의 두 손을 잡았다. 이씨가 가고 나자 주인은 혀를 내둘렀다. “처음에 왔을 때는 쭈뼛쭈뼛하더니, 오늘은 자신감이 넘치네.” 세 번의 총선, 도지사 선거, 그리고 지난해의 대선후보 경선까지. 손 후보가 숱한 선거를 치르는 동안 늘 뒤에만 있던 이씨였다. 그런 그녀가 이번 총선엔 어깨띠를 매고 거리로 나섰다. 지지율 격차를 좁히려면 자신이 직접 나가 종로구민으로 인정받아야겠다는 판단이었다. 이씨는 매일 아침 어깨띠랑 점퍼를 입으며 속으로 ‘오늘도 갑옷무장하고 나가야지’ 한다고 했다. “처음엔 얼마나 부끄럽던지…. 지금은 표를 하나하나 바구니에 담으면서 다녀요.” 이날 오후 2시 창신동에서 만난 한 중년 남성이 “정치인들은 죄다 선거 때만 나온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선거 때라도 나와야죠”. 이씨가 넉살스럽게 웃으며 받아넘겼다.

그렇게 창신동 골목골목을 훑기를 세 시간. “우리 김밥이나 좀 먹자”며 이씨가 운동원들을 분식집으로 이끌었다. 가게에 들어서자마자 목에 맨 스카프를 끄르며 찬물을 찾는 이씨에게 “힘들지 않으냐”고 물었다. 이씨는 “이번 선거가 제일 힘들지만 또 제일 재미있다”고 했다.

-종로를 돌아보니 어떤가.

“우리 집 앞에 정보고등학교가 하나 있는데 운동장이 없더라. 교육시설이 낙후된 곳이 많다. 이런 현실을 손학규라면 개선할 수 있을 거란 믿음도 생겼다.”

-그런 이야기를 손 후보에게 하나.

“그럼~, 얼마나 많이 하는데. 다 잔소린 줄 알겠지만(웃음).”

-지지율이 아직 차이가 나는 것 같다.

“집에선 (지지율에 관해) 아무 말도 안 한다. 집에 들어올 때 그이가 웃는 얼굴이면 ‘오케이, 됐다’ 하고 만다.”

손 후보 부부는 연상-연하 커플이다. 이씨가 손 후보(61)보다 한 살이 많다. 7일 오전 8시. 애처가로 소문난 손 후보와 이씨가 1호선 동대문 역 앞에서 만났다. 손 후보는 동대문역에서 출근인사를, 이씨는 동묘 앞부터 걸어오며 명함 인사를 하던 길이었다. 손 후보가 이씨의 어깨를 한 번 감싸 안았다. 이씨는 손 후보에게 손을 한 번 흔들곤 지나가던 주민을 쫓아갔다. “손학규 집사람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오전 9시엔 종로구민회관 스포츠센터를 찾았다. “힘들다, 커피 마시자”며 1000원짜리 지폐를 들고 이씨가 자판기 앞에 섰다. 그 순간, 셔틀버스에서 사람들이 우르르 내렸다. 이씨가 후다닥 달려가 명함을 내밀었다.

이씨는 총선이 끝나면 꽃이 지기 전에 ‘그 사람’과 꽃구경을 가고 싶다고 했다. 창신동에 다시 가봐야겠다며 일어서는 그의 자그만 베이지색 효도 신발에는 검은 때가 군데군데 묻어 있었다.

글=선승혜 기자, 조용철



대학서 바이올린 가르치던 그녀
V자 흔들며 “무조건 무조건이야~”

조윤희씨가 7일 서울 효자동 라파엘의 집에서 어린이 재활 치료를 돕고 있다. [사진=조용철 기자]

7일 오전 8시. 종로구 혜화전철역 4번 출구 앞. 한나라당 박진 후보의 부인 조윤희(52)씨는 허리를 펴고 있는 시간보다 굽히고 있는 시간이 많았다. 지나가는 사람들을 쫓아가며 일일이 명함을 쥐어준 뒤 “안녕하세요. 박진 후보 안사람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를 되풀이했다. 두어 시간 뒤 이화동의 종로노인종합복지관. 조씨는 지역 어르신들을 위한 점심 배식 준비를 돕느라 정신이 없었다. 무료배식 봉사원인 안난중(72) 할머니가 조씨가 안 듣는 새 칭찬을 한다.

“남편 점수 올려 주는 사람이야. 안국동 복지관에서도 봉사활동 때 만났는데 싹싹하고 인상 좋고….”

조씨는 경기여고를 졸업하고 서울대 음대에서 바이올린을 전공했다. 선거판과는 어울리지 않는 이미지지만 남편의 3선을 위해 억척 내조를 하고 있다. 박 후보와는 56년생 동갑내기 부부다. 조씨는 출강하던 대학엔 아예 휴직을 신청했다. 선거운동이 시작되고부턴 새벽 2시에 잠들고 6시에 눈뜨는 강행군의 연속이다. 매 시간 단위로 짜인 일정을 소화하느라 SM7 승용차 안은 바나나 우유, 김밥·빵·보약 등이 널려 있는 식당 겸 침실처럼 변했다.

-이번이 몇 번째죠.

“2002년 보궐선거부터 했으니 세 번째죠. 해 왔던 일이 아니라 자신도 없고 처음엔 내키지 않았어요. 그러나 격려는 못 해줄망정 반대는 하지 말자고 생각했죠.”

6일 오후 2시 부암동. 그는 차 안에서 검은 가죽 단화로 갈아 신고 점퍼를 입었다. 박진 후보의 얼굴이 그려진 어깨띠를 걸치곤 거리 유세에 나섰다.

두 시간 동안 대로를 따라 부동산부터 구멍가게, 음식점, 주점, 카센터까지 수십 개의 상점을 돌았다. “여기는 신경 안 써도 돼” “(우리가)이명박 대통령도 밀어줬는데….” 조씨의 얼굴이 환해졌다.

구기동의 한 전통주점에 들어서자 한 켠에서 등산객 6명이 동동주를 나누고 있었다.

“박진 후보 안사람입니다. 한 표 꼭 부탁드립니다.” 다가가 공손히 고개를 숙였다. 등산객 중 한 50대 남성이 대뜸 “사모님이 박진 의원 대신 노래 한마디 하면 무조건 찍죠”라고 제안했다. 조씨가 “다음에 할게요”라며 돌아서려 하자 “그럼 난 안 찍어”라며 고개를 돌렸다. 잠시 망설이던 그는 언제 그랬느냐 싶게 손가락 두 개로 브이(V)자-한나라당은 기호 2번이다-를 그려 보이며 “(종로를 향한 박진의 사랑은) 무조건, 무조건이야~”라는 내용의 선거 로고송을 불렀다. 어색했던 주점 안에서 “옳거니” 소리가 터져 나왔다.

손학규 통합민주당 후보 부부와 박 후보 부부는 1985년 옥스퍼드대 유학 시절부터 우정을 나눈 사이다. 그는 바이올린을 전공한 손 후보 큰딸에게 레슨도 몇 차례 했다고 한다. 조씨의 속마음이 궁금했다. “이렇게 우리를 향해 달려오실 줄은 몰랐어요. 경쟁하는 상황 자체가 사실은 좀 서운하죠.”

글=이진주 기자, 사진=조용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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