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출동] 음란한 예술가, 금기에 도전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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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젖꼭지를 드러내는 것과 음부가 보이는 것 무엇이 다른 거야."

러시아 모델(100명)의 누드 백인전부터 몽골 현지 여대생들의 누드집까지 끊임없이 논란을 불러 일으켰던 사진작가 김가중이 여성 음부 사진을 찍었다.

‘얌자(성기 달린 여성)’라는 성을 수면위로 올린 섹슈얼 아티스트 이혁발은 9번째 개인전을 준비하고 있다. 파격 아트스트 두 명은 무슨 꿈을 꾸고 있을까?

지난 2월. 한국사진작가협회 게시판에는 ‘여성 음부를 촬영하겠다’는 충격적 글이 올라왔다. 글을 쓴 주인공은 사진작가 김가중.

“옷 안 벗는 사람 있어요? 하루에 몇 번씩 벗죠. 옷 갈아입거나 씻기 위해, 또는 섹스를 하려 할 때 등. 저 자신도 홀랑홀랑 잘 벗는다. 늘 일어나는 일인데 그 감추어진 일상을 드러내면 문제가 된다. 하지만 벗는 모습을 다른 방식으로 표출시킬 수 있잖아요.”

누드사진 작업만 30년. “전신만 찍고. 늘 포즈, 곡선 이런 것만 따질 게 아니라 뭔가 하여간 집중적으로 파고들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고민을 하다가 인간의 가장 원초적인 것, 또한 금기된 ‘음부’라는 말을 떠올렸다. 음부는 성기를 표현하는 단어 중에서 굉장히 고상한 것인데도 엄청나게 시끄럽더만. (웃음) 에이 더 시끄럽게 만들자고. 그래서 일종의 뭐랄까, 어깃장을 놔 본 거죠.”

그는 누드 하면 다 벗은 거 아닙니까. 그것이 몸의 일부인데, 특별히 다를 게 없다. 헤어가 나왔느니…. 음부가 보였느니 안 보였느니 이런 거에 기준을 단다는 거 자체를 납득할 수 없다는 태도다.

음부 촬영회를 연 스튜디오 안은 회원들의 열기도 뜨거웠다.

“이번에 ‘에라 이 무식한 놈들아’라고 컨셉을 잡은 이유는 작품이 이렇게 나올 것인데 그것을 적나라한 음부를 찍어낼 거라고 생각하니까 논란이 일어 난 것이다. 실제로는 이거 보면 논란이 일어날 작품 하나도 없다. 작품보다는 어떤 인체의 음부를 엿보는 심리에 집착했을 수도 있다고 본다. 하지만 그런 행위는 작품에서 해서는 안 된다.”

“전세계를 대상으로 최대규모의 사진전을 여는 데 주제는 남성 누드로 하고 싶다”는 그는 또 다른 반란을 준비 중이다.

▲섹시미미의 주인공

2003년엔 음란하고 외설스런 사진으로 충격을 주었던 ‘섹시미미’의 모델은 여장한 이혁발이다. 그가 2년 전 안동에 새 보금자리를 꾸렸다. 4월말 열리는 9번째 개인전을 앞두고 한창 작업 중이다. 이번 주제는 안동의 풍경들이다. 초현실적으로 묘사된 그림 속엔 에로틱한 성적 이미지들이 떠다닌다.

“제목은 영혼의 쉼터 연작이다. 영혼은 아무런 형상이 없는 게 아니다. 에로틱하면서 약간 인간의 욕망이 버무려진 형태를 제 나름대로 만들어 본 것이다. 성적인 뉘앙스를 좀 덧붙여서.”

이별도 헤어짐도 없는 완벽한 인간의 모체를 찾던 그에게 얌자는 딱 들어맞는 소재다. 얌자는 트랜스젠더가 되기 전에 유방수술은 했는데 성기를 절단하지 않은 모습이다. 그는 얌자의 이미지를 한 패널에 넣어 보여주는 입체 프린팅 기법을 통해 또 다른 충격을 던져주겠다고 벼르고 있다.

“남자의 몸에서 섹시미미 사진으로 바뀌는 거죠. 양면성을 지닌 사람들한테 정서적 충격을 살짝주는 것이다. 화려한 색이 들어갈 때는 욕망의 의미를 강조한다. 일반 상업사진과 달리 예술은 신 기법이나 자기 나름대로의 독특한 철학을 보여주면서 감상하는 이들에 정서적 충격을 주고자 한다.”

그는 “여자인줄 알고 순간적 성욕을 느꼈는데 알고 보니 남자였다. 일상의 잔잔한 물결에 파격적 돌을 던지고 싶은 것이 이번 작업의 의도 중에 하나다. 통상적 남녀 성에 대한 정체성, 성적 지향, 성적 취향에 대해서 다 손을 대보고 싶다”면서 “페시티·마조히즘 등 성적 다양성을 섹시미미 안에 넣었거든요. 남자들이 즐겁게 바라볼 수 있으면 상관없다는 거죠. 관음적인 시선으로 되고, 반대로 놀라 충격을 받는 것도 좋은 것이다”라고 말했다.

기사관련 TV프로그램인 중앙방송 Q채널 ‘천일야화’의 ‘음란한 예술가, 금기에 도전하다’편이 7일 밤 12시에 방영됩니다.

●취재후기

“예술에는 금기도 불가능도 없어! ”

우리가 태어나서 가장 많이 듣는 이야기는 무엇일까? 사랑해? 좋아? 싫어? 아니, 아마도 ‘안 돼’라는 말일 것이다. 아기가 태어나서 말귀를 알아들을 즈음이면 엄마들도 아이들에게 제일 먼저 ‘손가락을 빨면 안 돼’ ‘거긴 가면 안 돼’ 라고 가르치지 않는가.

음부를 촬영하는 누드 사진가 김가중, 그런 그가 이번에는 ‘음부 촬영회’로 사진계를 발칵 뒤집어 놓았는데…. 누드 사진계에서도 터부시 되어 온 ‘여성의 음부’ 그 금기를 깨겠다고 선언한 김가중.

취재진이 직접 찾아간 음부촬영회장 그곳의 분위기는 뜨거웠다. 연신 셔터를 누르며 감탄하는 그들….시작도 하기 전부터 날라 오는 비난의 화살들을 맞으며 작품으로 모든 걸 보여주겠다고 태연히 말한 그, 과연 그는 이 논란을 잠재울 수 있을까?

“정상적인 것만 주장하는 사람들이야 말로 변태!” 지구상에 50억 인구가 있다면 50억 가지의 다양한 성이 존재한다.‘얌자(성기 달린 여성)’라는 성을 이 땅에 정착시킨 섹슈얼 아티스트 이혁발. 2003년 얌자 컨셉트의 셀프 사진으로 ‘섹시미미’ 개인전을 열어 예술계에 엄청난 반향을 불러 일으켰던 그가 9번째 개인전을 준비하고 있었다.

타이틀부터 논란의 여지를 만들었던 두 예술가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김천구 기자 [dazuri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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