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거리 값 치솟을 때 음식쓰레기 좀 줄입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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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먹거리 값이 올랐다고 야단인데 음식물 쓰레기는 왜 이리 많나요. 식품이 아직 상대적으로 싸다는 인식 때문이 아닐까요.”

김진수(57·사진) CJ제일제당 사장은 유기농 식품사업 확대 계획을 알리려 4일 제주에서 마련한 기자간담회에서 고(高)식품값 시대를 맞아 ‘음식물 쓰레기 줄이기 운동’을 벌이겠다고 했다. 하지만 이면에는 식품업계가 물가 상승의 주범으로 인식되는 데 대한 억울함이 배어 있는 듯했다. 근래 밀가루 값과 가공식품 가격 인상 러시에 소비자 불만이 집중되고, 정부가 식품류를 소비자물가 억제의 표적으로 삼는 데 대해 식품업계는 불만을 드러내 왔다. 김 사장은 민감한 사안인데도 불구하고 국내 최대 식품업체의 대표로서 밀가루 값을 둘러싼 정부 정책과 소비자 여론에 대한 업계 입장을 작심한 듯 쏟아냈다.

-향후 국제 곡물 가격은 어떻게 되겠나.

“밀·콩 값이 비정상적으로 높지만 금세 안정될 조짐이 보이지 않는다. 중국·인도 사람이 고기를 즐기면서 사료용 곡물 수요가 무섭게 는다. 이제 고식품가 시대에 접어든 것 같다.”

-음식물 쓰레기 줄이기 캠페인 취지는.

“흥청망청 식품을 소비하고 버리던 시대는 갔다. 곡물을 둘러싼 자원 민족주의도 꿈틀거린다. 식생활 계몽이 필요하다.”

-밀가루값 추가 인상 계획은.

“여론 때문에 올리지 못하고 있다. 올 1분기 제분 사업에서 적자를 봤다. 비용 절감 노력이 불가피하다. 하지만 원자재·환율로 인한 원가 상승분은 반영할 수밖에 없다. ”

-밀가루가 정부의 52가지 생필품 물가지수 항목에 포함됐다.

“(과거와 같은) 가격 통제 의도는 아니라고 믿지만 스트레스가 많다. 가계지출에서 밀가루·설탕·식용유가 차지하는 비중은 0.6% 정도로 파악된다. 교육·통신·유류비는 이의 15~20배다. 밀가루가 너무 부각되는 게 억울하다.”

-식품회사로서 좀 더 적극적인 대처 방안은 없나.

“해외 곡물 생산기지를 조성하는 문제 등을 검토할 수 있다. ”

-이명박 대통령이 밀 대신 남아도는 쌀을 먹자는 제안도 했는데.

“국민의 불안심리를 해소하는 효과가 있고 맛도 더 좋을 것이다. 쌀 가공식품을 열심히 개발 중이다. 다만 국내 쌀 값이 국제적으로 높은 편이라 물가 안정 효과가 있을진 의문이다.”

임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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