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미술제 지방개최 봇물-설악.제주 비엔날레등 무려4곳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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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7면

지역단위의 국제미술제가 활발히 열리고 있다.각 지역의 색깔을최대한 살리면서 세계미술의 흐름도 놓치지 않겠다는 이중적인 포석이다.지방화와 세계화라는 대세를 이어받으며 작가와 관객이 함께 하는 이벤트적 성격을 띠고 있어 미술인구의 저변화라는 대명제에도 걸맞는다.또한 문화의 결집지인 서울을 떠나 지방 나름의개성을 간직하면서 첨단미술도 포용하려는 노력도 담겨 「21세기문화전쟁」을 대비하는 미술인들의 분발이 일단 눈에 띈다.
이같은 행사로 최근 주목받고 있는 미술제는 모두 네곳.개막일을 기준으로 우선 충청 일대에서 펼쳐지는 「금강에서의 국제자연미술전」(21일~8월18일),속초해수욕장과 설악프라자리조텔에서열리는 「해변미술제」와 「설악국제비엔날레」(22 일~8월10일,8월13일~26일),제주도 전역에서 벌어지는 「95제주프레비엔날레」(8월1일~17일),그리고 부산 해운대백사장등에서 진행되는 「바다미술제」(9월22일~10월1일)등이 꼽힌다.
이 가운데 2년마다 열리는 비엔날레라는 이름을 걸고 열리는 「설악…」과 「제주…」는 동해안과 설악산.제주도라는 천혜의 자연조건을 활용해 관광과 미술이라는 「두마리 토끼」를 동시에 노리는 행사다.자칫하면 놀고 먹고 끝나는 우리네 피 서문화의 올바른 방향을 모색하면서 외국의 현대미술도 가능한 한 적극 접목한다는 공통점을 보인다.
「설악…」은 지난해 「설악자연미술제」의 성과를 토대로 올해 국제규모로 확대했다.현대미술과 대중과의 거리를 최소화한다는 목적에서 전시 외에 도예교실.보디페인팅.판화교실등 다양한 부대행사를 마련했다.또 「제주…」는 98년으로 예정된 본격적인 비엔날레의 사전준비 행사로 제주라는 섬의 특성을 내세워 「섬과 섬으로」라는 주제 아래 국내작가 35명과 일본.뉴질랜드.필리핀등아태(亞太)지역 5개국 작가 35명의 조각.설치작품등을 선보인다. 또 93년부터 격년제로 열리는 부산미술제는 올해부터 외국작가들의 수를 크게 늘려 프랑스.미국등의 행위.설치작가 13명이 참여한다.91년에 이어 두번째로 마련되는 「금강미술전」에도국내작가를 포함해 실험정신이 강한 23개국 1백70 여명의 작가가 다채로운 얼굴을 선보일 예정이다.
이 행사들은 중앙에 비해 상대적으로 침체됐던 지방문화의 활성화를 노리고 있어 긍정적으로 평가된다.또 지방에서는 유치하기 힘든 외국작가들을 대거 참여시켜 한국미술의 세계화에도 일조하고있다. 하지만 미술계 일각에서는 이같은 국제행사에 대한 우려의눈길도 없지않다.취지와 목적은 나무랄 데 없지만 내용면에서는 아직 미흡하지 않으냐는 것이 중론이다.무엇보다 기획기간이 짧아작품 수준이나 행사 주제에 맞는 외국작가들의 선정에 무리가 따를 수 있다는 것.우리의 세계적 위상도 과거에 비해 놀랄만큼 높아져 무조건 외국작가들을 초대했다고 해서 대회가 빛나는 것은아니라는 시각이다.나아가 예산도 국제행사에 비해 턱없이 부족해모양새있게 치르기에는 무리라는 지적 도 있다.이에 대해 평론가정준모씨는 『지금까지 우리 미술은 국내외를 막론하고 국제선이라는 비행기를 타기에 급급했다』며 『앞으로는 비행기의 좌석 등급에도 신경써야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朴正虎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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