全세계 核실험 규탄 빛바랜 佛 혁명기념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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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14일 프랑스 대혁명기념일은 가장 어두운 기념식으로 기록되게됐다. 파리 개선문에서 콩코드 광장까지 1.9㎞의 샹젤리제에서군인 3천8백48명과 군용기 1백75대가 동원된 화려한 기념행사는 핵실험 재개에 항의하는 지구촌의 거대한 항의물결에 묻혀 그 빛이 바랬다.
지중해 아테네로부터 로마를 거쳐 발트해 코펜하겐을 잇는 유럽전역,칠레.페루.콜롬비아등 남미,아프리카 남단 남아프리카공화국,호주와 뉴질랜드의 남태평양,필리핀과 일본등 아시아에 이르기까지 전세계가 프랑스의 핵실험을 규탄했다.
이날 시위는 세계인이 단일 주제를 놓고 동시다발로 벌인 사상최대 규모의 항의시위로 역사에 남게됐다.
독일 분데스타크(하원)가 전날 프랑스 핵실험을 비난하는 동의안을 채택한 가운데 본 주재(駐在)프랑스대사관과 함부르크.뮌헨의 프랑스영사관 앞에서는 시위대들이 수백명씩 몰려들어 대혁명 기념리셉션을 방해했다.
이탈리아 로마의 프랑스대사관도 독일과 같은 시위벽에 부닥쳤으며,밀라노의 에어프랑스 지점앞에서는 에어프랑스 이용거부 운동이벌어졌다.이탈리아 상원도 핵실험을 비난하는 동의안을 만장일치로통과시켰다.
아일랜드 더블린에서는 프랑스대사관이 주최하는 기념리셉션에 불참하는 각료와 외교관들을 위한 「반발리셉션」이 열리기도 했다.
뉴질랜드가 핵실험에 항의하는 환경보호단체 선박을 보호하기 위해 군함을 파견할 용의가 있다는 강력한 반핵의지를 표명한 가운데 뉴질랜드 주재 프랑스대사관이 마련한 기념오찬때는 하객들이 시위대의 밀가루와 계란세례를 받으며 대사관저 앞에 뿌려진 오물들을 헤쳐나가야 했다.
호주에서는 프랑스 삼색기의 화형식이 벌어지는등 과격해지자 시드니영사관은 부랴부랴 리셉션을 취소했고 시드니 골든 코스트 해변에서 2천여명의 시위대가 인간사슬을 만들어 「핵실험반대」라는구호를 써보이기도 했다.
필리핀에서는 사자(死者)의 가면을 쓴 시위대들이 마닐라 프랑스대사관 앞에서 시위를 벌였고,일본 신진당(新進黨)의 가이후 도시키(海部俊樹)당수는 프랑스 제품 불매운동을 경고하며 항의대열에 가세했다.
에두아르도 프레이 칠레대통령은 장관들에게 프랑스가 주최하는 혁명기념리셉션 불참훈령을 내렸고 페루의 리마와 콜롬비아의 보고타등 도처에서 시위가 이어졌다.
[파리=高大勳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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