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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려라공부] 상상력 자극 ‘맛있는 드로잉’ 열기 후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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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물을 그대로 베껴선 안 돼요. 대상을 분해해 이미지를 담아보세요. 사고의 전환을 통해 ‘맛있는 드로잉’ 작품을 그려 보세요.”

지난달 29일 오후 3시 서울 성동구 성원중학교 미술실. 성동영재교육원 미술영재학급의 첫 수업이 열린 이날 서양화가인 한영숙(성원중) 교사가 관내 19개 중학교에서 뽑혀 온 1, 2학년 학생 20명에게 그림 그리는 요령을 설명했다. 학생들은 수업 재료로 가져온 오렌지와 사과·피망·털실뭉치 등을 뚫어져라 관찰했다.

한 교사는 “정물 하나하나에도 표정이 있다”며 “정물에서 연상되는 이미지를 끄집어내 표현하라”고 주문했다. 학생들은 4B 연필로 스케치북에 부지런히 소묘를 해 나갔다. 우유팩 중간부분을 네모나게 자르고 오이에 과도를 꽂아 두 개의 이미지를 혼합해 그리는 학생도 있었다. 사과를 벗겨 줄을 흐트러뜨린 후 목탄과 콘테로 질감을 표현하는 학생도 눈에 띄었다.

한 교사가 휴대전화를 그리고 있는 학생 앞에 섰다. “휴대전화는 드로잉 재료로는 맞지 않아요. 다른 정물을 이용해 목탄이나 콘테로 공간감을 표현해 보세요. 무한대로 생각을 펼치세요.”

1~3차 시험을 거쳐 3.5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수업에 참석한 이 학생들은 올 한 해 동안 117시간 동안 영재교육을 받는다. ‘디자인 & 발상’ ‘인물 채색 드로잉’ ‘은공예’ ‘애니메이션 체험’ ‘한국화와 먹의 표현’ ‘영상 디자인’ 등을 주제로 이론·실기수업을 받게 된다. 6월에는 영재캠프가 열리고, 여름방학 집중 실기코스도 마련된다. 강의는 미대 교수, 서양화가, 예고 교사 등이 맡는다.

동대문부중 2학년 유슬기양은 지난해에도 미술영재로 뽑혀 1년간 교육을 받았다. 유양은 “미술학원에선 사진을 놓고 풍경화를 그린다”며 “틀에 갇히지 않고 자유롭게 그리는 법을 배운 후 학원도 끊었다”고 말했다. 유양은 “영재교육을 받은 후 미술시간이면 친구들의 수업을 돕는 ‘과외선생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며 웃었다.

영재교실의 ‘청일점’인 김성한(구의중 2)군은 상기된 얼굴로 “미술 수업시간에 교과서를 펴놓고 실기를 하는데, 여긴 상상력을 자극하니까 재미있다”고 말했다. 영재아 중에는 연필 소묘를 처음 해보는 학생들도 있다. 한 교사는 “학원을 다니지 않아 기능이 다소 떨어질지 몰라도 상상력은 풍부하다”고 평했다.

글=박길자 기자, 사진=오상민 기자, 그래픽=김문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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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중 미술·음악분야 3단계 전형

◇예술 영재 어떻게 뽑나=서울시교육청은 4월 중 2차 예술 영재교육 대상자 390명을 선발한다. 미술 분야는 1차 전형, 2차 기본 표현능력 소양검사, 3차 창의적 표현능력과 잠재능력 탐색검사 면접 전형을 치른다. 음악분야도 3단계 전형을 본다.

서울시교육청 과학·영재교육과 김종수 장학사는 “음악분야는 영재성 잠재능력이나 실기능력, 음악 음감 테스트를 하게 된다”고 말했다. 예컨대 올해 미술영재 실기시험에는 ‘나비, 구, 원기둥을 이용해 뿜어내는 느낌이 나도록 그리라’ ‘구름, 상승, 바퀴, 상쾌함, 속력이라는 주제가 그림에 잘 나타나도록 그리라’는 문제가 출제됐었다.

1차 예술 영재교육 대상자 선발은 지난해 12월 초등 6년~중 1년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미술(140명), 음악(60명), 문예창작(40명) 부문에서 240명을 뽑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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