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이상민 역전 결승포 … 삼성, LG 꺾고 PO 먼저 1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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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이상민이 골밑 돌파를 시도하고 있다. 이상민은 17점을 넣었다. [연합뉴스]

이상민(36·삼성)과 현주엽(33·LG)은 벌써 14년째 싸우고 있다. 현주엽이 고려대에 입학하던 1994년부터다. 이상민은 연세대 시절 농구대잔치에서도 우승했고 프로에 와서도 세 번이나 우승을 경험했다. 그러나 현주엽은 아직 우승컵에 입을 맞추지 못했다.

둘은 지금 전자 라이벌인 삼성과 LG의 리더가 되어 있다. 30일 잠실체육관에서 벌어진 삼성과 LG의 프로농구 6강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도 승자는 이상민이었다. 이상민의 삼성은 94-91로 이겼다.

객석이 꽉 들어차야 더 흥이 나는 가수처럼 스타 선수는 중요한 경기에서 더 좋은 성적을 낸다. 마이클 조던이 그랬고 허재도 그랬다. 반면 대부분의 선수는 큰 경기에선 얼어붙는다. 자신이 해결하는 것이 두려운 듯 공을 피해 다니기도 한다.

정규리그에서 평균 9.8득점을 했던 이상민은 이날 17득점을 했다. 3점슛 4개를 던져 3개를 성공시키는 등 야투 성공률이 71%, 자유투 성공률은 100%였다. 85-86으로 뒤지던 경기 종료 2분 전 꽂아 넣은 3점슛은 역전 결승점이었다. 어시스트도 5개를 추가, 프로농구 플레이오프 처음으로 통산 어시스트 400개를 돌파했다. 이상민은 “큰 경기를 많이 했고 시소 게임에선 묘하게 흥분이 된다. 이런 경기를 즐긴다”고 말했다. 안준호 삼성 감독은 “이상민이 있기 때문에 이런 박빙의 경기에선 자신감이 있다”고 했다.

현주엽은 2득점·4어시스트에 그쳤다. 슛은 6개밖에 던지지 않았다. 던지기 싫은 듯 자신 없이 던진 것이 대부분이었다. 워낙 어시스트를 좋아한다지만 정도가 심하다. 삼국지에서 큰 전투를 앞두고 장수끼리 대결하는 것처럼 팀의 정신적 지주는 맨 앞에서 싸워야 한다. LG 신선우 감독은 “현주엽이 슛할 때와 패스할 때를 빨리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거칠기로 정평이 난 삼성의 외국인 선수 테렌스 레더(24득점·11리바운드)는 “이 리그에서 가장 터프한 선수는 이상민”이라고 말했다. 안준호 감독은 “상민이가 리바운드하려고 점프할 때 눈빛을 보라. 신인 선수들에게서도 그런 열정적인 눈빛은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래서 이상민이 서른여섯이 됐는데도 오빠 부대가 계속 생기고 있다.

성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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