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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orts World] 우즈도 넘기 힘든 대기록 ‘11연승’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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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호 26면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타이거 우즈의 연승 기록이 5에서 끝났다. 유러피언 투어를 합치면 6연승, 비공식 대회까지 포함하면 7연승이었다.

1996년에 프로로 전향한 우즈는 여덟 차례에 걸쳐 연승 행진을 했다. 2연승이 세 번, 3연승이 두 번이다. 4연승과 5연승, 7연승이 각각 한 차례씩이다. 평균 3.5연승이다. 우즈의 연승 행진은 길어지는 추세다.

2007년 7연승, 올해는 5연승을 기록했다. 연승 행진을 잠시 멈춘 우즈는 곧 새로운 연승 행진을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 당장 4월 초 열리는 마스터스에서 새로운 연승이 시작될 가능성도 크다.

우즈는 새로운 기록을 속속 만들어낼 것이다. PGA 투어 최다승(82승)은 간단히 넘을 테고 100승도 어렵지 않으리라는 평가다. 메이저 최다승(18승)도 시간문제.

그러나 우즈가 바이런 넬슨의 PGA 투어 11연승 기록을 깰 수 있느냐는 다른 문제다.

미국 언론은 골프 11연승을 야구의 56경기 연속 안타(조 디마지오) 못잖게 깨기 어려운 기록으로 꼽는다. 우즈가 꾸준히 잘해도 144명 중 누군가 생애 최고의 샷을 한다면 이기기 어렵다. 1년에 18경기 정도 나가는 우즈가 11연승을 한다면 자동적으로 그랜드 슬램을 할 것이다.

넬슨의 11연승은 1945년에 나왔다. 넬슨은 그해 31경기에서 18승을 거뒀고 2위를 일곱 차례 했다. 톱10에서 빠진 경기는 하나도 없다. 넬슨은 당시 113경기 연속 컷 통과 기록과 시즌 최저타(68.33타) 기록도 만들었다.

넬슨의 기록이 ‘우즈보다 경쟁이 치열하지 않은 시대에 나왔다’는 평가도 있지만 사실과 다르다. 그는 벤 호건(통산 64승)·샘 스니드(통산 82승)와 함께 1912년에 태어났다. 사실상의 그랜드 슬램을 한 호건과 PGA 투어 최다승 기록자인 스니드 등 골프의 3대 전설이 동시대를 살았다.

물론 요즘의 우즈라면 45년의 넬슨에 뒤질 것도 없다. 우즈는 이미 넬슨의 연속 컷 통과 기록과 시즌 최저타 기록을 깼다. 넬슨은 45년 자신의 스코어와 자신을 제외하고 가장 좋은 성적을 낸 선수를 비교한 수치에서 경기 평균 +1.11을 기록했다. 우즈에게 최고의 시즌이었던 2000년 기록은 +0.32에 불과했다. 그런데 올해 우즈는 시즌 초반이긴 하지만 +2.33이다. 그래도 11연승은 다른 문제다.

넬슨에게 골프는 부업과 다름없었다. 목장을 운영하고 소를 사기 위해 상금을 타려고 골프를 했다. 그러곤 34세에 목장일에 전념하기 위해 은퇴했다. 골프에 투자하는 시간이 요즘의 웬만한 아마추어보다 적었다. 골프를 위해 태어났고 골프만 생각하며 사는 우즈와는 다른 사람이었다.

넬슨은 남을 배려하고 세상의 어두운 곳을 둘러본 골프 사상 최고의 신사로 꼽힌다. 그는 “나는 골프를 잘 모른다. 어떻게 해야 부끄럽지 않은 사람이 되는지는 잘 안다”고 했다. 우즈도 훌륭한 인격을 갖고 있지만 넬슨처럼 최고의 신사가 되기도 어려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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