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 볼린은 왜 ‘천일의 앤’일까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55호 18면

영국 국왕 헨리 8세의 두 번째 왕비 앤 볼린(나탈리 포트먼)은 영화 ‘천일의 스캔들’이 그리는 여인과 비슷했다고 한다. 전형적인 미인은 아니었던 앤은 검은 머리카락과 창백한 피부를 효과적으로 이용할 줄 알았고, 위트와 재치와 우아함과 카리스마를 지니고 있었다고 전해진다.

씨네iN <천일의 스캔들>

그런 앤이기에 헨리 8세의 정부로 만족했던 자매 메리(스칼릿 조핸슨)와 달리 결혼까지 요구했던 것이다. 프랑스 궁정에서 교육을 받고 돌아온 앤은 궁정 무도회에서 헨리 8세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헨리 8세는 형의 미망인이었던 첫 번째 왕비 아라공의 캐서린과 이혼하기 위해 로마 가톨릭으로부터 독립을 선언하기까지 하면서 앤과 결혼했지만, 이내 성미 드센 앤에게 싫증을 냈다.

딸 엘리자베스를 낳은 앤이 후계자가 될 아들을 낳지 못하고 사산과 유산을 반복한 탓도 컸다. 캐서린에게서 이미 맏딸 메리를 얻었던 헨리 8세는 더 이상 공주는 필요하지 않았던 것이다. 이 불쌍한 소녀 메리는 앤에게 ‘저주받을 계집’이라는 욕설을 들으며 3년 동안 모진 구박을 받았다.

결국 1533년 영국 왕비의 관을 썼던 앤은 1000일을 여왕으로 지내고 1536년 처형당했다. 표면상의 이유는 플랑드르 출신의 궁중 가수 마크 스메턴과의 염문이었지만, 그 뒤에는 헨리 8세의 세 번째 왕비가 되어 산욕열로 일찍 죽게 될, 당시는 정부였던 제인 시모어의 존재가 작용하고 있었다.

결국 제인은 에드워드 6세가 될 왕자(마크 트웨인의 『왕자와 거지』에 나오는 바로 그 왕자님! 열다섯에 요절했다)를 낳았지만, 엘리자베스 또한 엘리자베스 1세로 즉위해 영국의 전성기를 이뤄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