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북한발 변수 확산 막아라, 한나라 대운하 쟁점 꼭꼭 숨겨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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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는 역설의 공간이다. 한때 특정 세력에게 유리하게 작용했던 변수가 그 세력을 겨누는 부메랑이 돼 돌아오기도 하고 독이 될 것 같았던 사건이 약이 되는 일도 잦다. 이번 총선도 예외가 아니다.

◇북한 변수에 민주당이 더 긴장=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되자마자 북한 문제가 총선 한복판에 뛰어들었다. 27일 북측이 개성공단 경협사무소에 파견된 남측 당국자 11명을 쫓아낸 데 이어 28일 미사일을 발사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정치권은 당혹감을 드러냈다.

북한 변수에 긴장하는 건 10년간 햇볕정책을 추진하다 야당이 된 민주당이다. 손학규 대표는 이날 “총선을 앞두고 남북 관계를 불안하게 만드는 저의가 뭐냐”며 북한을 자극한 정부 당국자들의 발언을 비판하면서도 “북측이 개성 경협사무요원을 퇴거시킨 것은 온당치 못하다”고 북한의 잘못을 지적하는 데 신경을 썼다. 유종필 대변인은 북한 미사일 발사에 대해 긴급 논평을 내고 “북한은 한반도 긴장을 고조시키는 일체의 행위를 해선 안 된다”고 북측에 유감을 표명했다.

당의 한 핵심 관계자는 “정부만 과도하게 비판하면 자칫 이념 논쟁으로 번져 그동안 탈 이념 민생 제일주의를 쇄신의 키워드로 앞세우려던 노력이 한순간에 물거품이 될 수도 있다”고 걱정했다. 반면 한나라당은 무덤덤했다. 조윤선 대변인은 “지난 대선에 이어 북한이 총선에 개입하려는 것 아니냐”며 “그래서는 절대 안 된다”는 짧은 논평을 냈다.

◇친박 분화가 여권에 유리하다=‘친 박근혜’ 세력이 우후죽순처럼 나왔을 때 한나라당은 긴장했다. 당에선 스스럼없이 “하루에 한두 석씩 떨어져 나간다”는 하소연이 나왔을 정도다. 박빙 승부가 벌어지는 수도권의 속성상 한나라당으로선 지지 기반이 겹치는 친박 세력이 썩 달가운 존재가 아니었다.

그러나 요즘엔 다른 얘기도 나온다. 당 관계자는 “오히려 수도권이 견고하다”고 말했다. 실제 각종 여론조사에서 열세였던 지역이 점차 박빙 또는 우세 지역으로 바뀌고 있다. 수도권 111곳 가운데 55곳 안팎에서 우세로 돌아섰다. 이방호 사무총장은 “70석이 목표”라고 말하고 있다.

또 다른 당 관계자는 “과거 양당 구도를 만들었던 민주당이 친박연대니, 친박 무소속이니, 자유선진당이니 하는 세력에 묻혀 보이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다 보니 한나라당 후보만 도드라져 보인다는 주장이다.

◇대운하 공약 감추는 한나라당=대운하를 두고도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입장이 뒤바뀌었다. 민주당과 범 야권은 선거전의 전면에 이 문제를 내세우려 노력하는 반면 한나라당은 쟁점화를 피하려고 애쓰는 묘한 상황이다.

민주당은 별도의 팀을 꾸리는 등 만반의 준비를 했지만 ‘칼’을 써보지도 못하고 있다. 손 대표는 “당의 명운을 걸고 대운하를 저지하겠다”고 밝히며 대운하 반대를 위한 범야권 연대까지 제안했지만 한나라당 강재섭 대표가 “대운하를 안 할 수도 있다”고 말하는 바람에 김이 빠져도 한참 빠졌다.

임장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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