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정수 조각전-가나화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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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8면

중견조각가 심정수(沈貞秀.53)씨가 서울 관훈동 가나화랑((733)4545)에서 30일까지 세번째 개인전을 갖고 있다.81,90년 두차례의 개인전을 통해 가슴에 구멍이 뚫린 사나이,비쩍 마른 북어,비틀린 근육과 과감하게 절단한 팔 과 다리등의형상으로 80년대에 대해 강렬하고 비판적인 메시지를 던졌던 그의 성난 목소리는 이제 자연과 인간에 대한 고요하고 깊은 성찰속으로 가라앉은 느낌을 준다.
沈씨가 선보이는 작품은 모두 30여점.원래는 93년에 전시를가질 계획이었으나 스스로를 좀더 곰삭이려는듯 2년 늦게 가진 이번 전시에서 沈씨는 서해안 개펄에 서식하는 생명체들을 소재로한 작품과 불교의 내면적인 명상을 형상화한 작 품을 내놓고 있다. 눈길을 끄는 작품은 전시장 입구 전면에 웅장하게 자리잡은대형 소라.실물의 1백배에 가깝게 확대한 이 작품은 현재 개발바람으로 날로 제모습을 잃고 있는 서해안 현장을 웅변적으로 대변한다. 沈씨의 실험정신은 작품『서해안』에서도 그대로 이어진다.소라.조개,혹은 바닷가에 나뒹구는 쓰레기등을 반투명 에포비아를 사용한 5개의 공(球)속에 우겨넣고 그뒤 벽면에는 망둥어가뛰노는 모습,밀려오는 파도등을 담은 10분짜리 비디오를 연속해투사한다.
沈씨는 이밖에도 물고기의 뼈의 형상을 철로 단순하게 처리한『화석』연작과 솥뚜껑 위에 물고기를 매단『하늘,바다』,직육면체의청동으로 서해안을 추상적으로 표현한 『꿈꾸는 갯벌』등을 통해 손상되지 않은 자연에의 그리움을 담아낸다.
〈虎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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