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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촌이색문화공간>10.런던 아폴로 빅토리아 극장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8면

영국의 브로드웨이격인 런던 웨스트엔드(번화가의 대형극장 밀집지역)동쪽에 자리잡고 있는 아폴로 빅토리아극장.
극장이라기보다는 마치 거대한 기계부품 조립공장에 들어선 느낌이다. 어디가 무대고 어디가 객석인지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로 공연장 안을 온통 소형자동차 한대가 지나다닐만한 폭의 롤러스케이트 트랙이 감싸고 돈다.
철골조 교량을 연상시키는 대형 철제구조물이 계단형 주무대 상부를 길게 가로지르며 트랙을 이중나선형 구조로 만들고 있다.
극장 좌우측 벽면에 2개층으로 설치된 트랙은 공장의 조립라인처럼 철제빔으로 복잡하게 연결돼 금방이라도 그것을 타고 기계부품들이 쏟아져 나올 것만 같다.
아폴로 빅토리아 극장은 원래「뉴빅토리아 시네마」라는 이름의 영화관이었다가 82년 2천7백50석 규모로 증축,뮤지컬 극장으로 탈바꿈했다.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캐츠』등으로 유명한 뮤지컬 작곡가 앤드루 로이드 웨버(47)가 구식 증기기관차가 최신형 디젤.전기기관차를 누르고 레이스에서 우승한다는 내용의 뮤지컬『스타라이트 익스프레스』공연을 위해 극장 전체를 무대 로 꾸미는 야심찬 계획에 착수한 것이 83년.
그 결과 탄생한 것이 배우들이 등장하는 순간부터 무대와 객석의 구분이 사라져버리는 오늘의 아폴로 빅토리아 극장 모습이다.
이같은 무대와 객석의 일치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오케스트라석은무대 밑으로 숨겨버렸다.
이극장은 84년『스타라이트…』를 초연한 이래『캐츠』에 이어 웨스트엔드 두번째 장기공연을 기록하며 12년째 공연을 계속하고있다. 불이 꺼지고 경쾌한 록비트와 함께『여기는 통제소,출발 30초전…』이라는 긴박감 넘치는 신호가 반복되면 SF영화에나 나올법한 우주전사 복장에 롤러스케이트를 신은 10여명의 배우들이 무대에 미끄러져 나타난다.
이제 관객들은 이 극장이 기계부품 조립공장 같은 구조를 갖춰야하는 이유를 깨닫게 된다.
전기장치로 움직이는 교량형 구조물은 좌우측 1,2층 트랙을 서로 엇갈리게 연결,나선형 트랙을 완성하고 기관차 모양의 헬멧을 쓴 롤러스케이터들이 서로의 허리춤을 붙잡고 줄을 지어 철도를 상징하는 트랙을 질주하며 극장 상부로 치솟는다 .
관객이 잘 볼 수 없는 객석 뒤쪽 질주 장면은 레이스중에만 가동되는 무대 양쪽의 대형스크린을 통해 영상으로 생생하게 보여준다. 자신의 앞뒤 그리고 위아래로 요란한 바퀴소리를 내며 질풍처럼 달리는 수십명의 스케이터들을 보며 관객들은 탄성을 내지르지 않을 수 없다.
글=李勳範.사진=朴淳培기자 ***47면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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