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년 소년가수 이승환-동화적 분위기 벗고 변신시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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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만년 소년같던 가수 이승환(28)이 변했다.아니 변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얼굴없는 가수」「라이브의 귀재」「무대위의 어린왕자」등 그를수식해왔던 모든 형용사들에서 벗어나고 싶어한다.
『어린왕자라는 말은 이제 듣고싶지 않아요.어리지도 않고 왕자는 더구나 아니거든요.새 별명이 「평민」이라고 좀 퍼뜨려 주세요.』 그의 변모를 보여주는 가장 큰 증거가 7월초 선보일 4집 앨범.
『아니,이승환이 이런 노래를』하는 반응을 이끌어 내려는듯 지금까지의 밝고 경쾌한 동화적 분위기의 발라드에서 벗어나 디스코.프로그레시브록.스윙재즈.하드록등 다양한 장르를 두루 담았다.
『그동안 세상을 너무 순수하고 예쁘게만 보려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저를 비롯한 모든 사람들이 가진 추하고 악한 면에 대해서도 얘기해 보고 싶었습니다.』 「HUMAN;THE DIFFERENT SIDES(인간;그 이면)」란 부제가 말해주듯 타이틀곡 『천일동안』은 천일동안 만나다 헤어진 연인의 이야기고,디스코풍 『악녀탄생』은 못된 여자친구를 사귀는 친구를 말리는 내용등 전반적으로 냉소 적인 분위기가 특징.
내용뿐 아니라 제작과정도 크게 달라졌다.
『지난해 12월이후 45일간 미국에 머무르며 최고의 스튜디오라는 「레코드 플랜트」에서 본 조비의 편곡자 데이빗 캠벨과 작업을 했어요.또 오케스트라,10인조 밴드,현악4중주등 국내외 정상급 뮤지션 2백여명이 작업에 참가했습니다.』 이와함께 트레이드 마크인 「라이브 무대 고수」에도 변화를 줄 예정.
9월부터는 서울과 지방에서 라이브 위주로 공연을 가질 예정이지만 라디오를 비롯한 TV.유선방송에도 기회가 있는대로 출연하겠다고. 『그런 것이 진정한 팬서비스라는 생각이 들었어요.팬클럽도 예전엔 「집단 이기주의」라는 생각에 솔직히 귀찮은 생각도있었지만 이제는 수시로 PC통신망에 오르는 팬들의 반응을 체크하고 연락도 하고 그래요.관대해졌다고 할까,이것도 나이 가 들어가는 증거겠죠.』 90년 외국어대 재학시절 소극장무대에서 『텅빈 마음』을 불러 히트한 이래 『기다린 날도 지워진 날도』『크리스마스에는』『프란다스의 개』『세상에 뿌려진 사랑만큼』등을 내놓으며 어느새 훌쩍 커버린 이승환.
『너무 유행위주로 흐르는 것 같다』며 최근 가요계에 불만을 표시한 이승환은 『세월이 흐른 뒤에도 그때 그런 좋은 가수가 하나 있었지라고 기억된다면 더 바랄게 없다』며 싱긋 웃었다.
글=鄭亨模기자 사진=金澈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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