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리뷰>反기독교적인것 사탄 규정 "악마의 기원"서 주장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4면

신을 믿거나 믿지 않거나 대개의 사람들은 악마의 존재를 인정하는 경향이 있다.역사이래로 「악마의 굴레」에서 인간이 벗어나지 못하고 있음을 뜻한다.악마가 과연 어디서 언제부터 등장한 것이냐는 문제를 기독교 차원에서 연구한 책이 나왔 다.
미국 프린스턴大의 엘레인 페이즐스교수가 저술한 『악마의 기원』이 그것이다.
이책은 통상 사탄으로 불리는 악마는 기독교사회 역사에서는 고대 이스라엘에서 시작됐으며,이는 기독교의 발전과 함께 성격규정이 변화해오면서 지난 2천2백년간 인류를 지배해오고 있다고 쓰고 있다.
악마가 처음 등장한 고대 이스라엘에서는 지금과 같이 흉악한 모습이 아니었으며 심지어 세월이 지나면서 「어둠」을 가리키기는했으나 「신에 가까운」 모습을 지니고 있었다는 것.
구약성서 「욥기」에서 악마는 신의 허가를 받아 신을 거역하는인간을 시험하는 도전적 역할을 한 것으로 페이즐스는 주장하고 있다. 이같은 권능을 부여받은 악마가 흉악한 모습으로 변하기 시작한 것은 예수 그리스도 탄생 2세기전 무렵이었다.이때에 이르러 악마는 교활하고 음흉한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
예수탄생 직전 악마는 유대인에 반대하는 세력으로 해석되기 시작했으며 이같은 친.반유대 분리는 악마의 성격에 대한 정치적 규정의 기본이 됐다.즉 정치적으로 유대인에 반대되는 사람은 악마로 치부된 것이다.
기원후 2세기무렵 금욕적 신비교파인 에세네파는 악마를 「필요악」으로 간주했고 나아가 인생을 빛과 어둠의 대립으로 이해하기시작했다.다시말해 에세네파에 있어 신과 악마는 선과 악의 대립개념으로 정립됐다.
예수 그리스도의 기독교가 이스라엘을 지배하면서 악마는 예수에반대되는 세력으로 다시 구별되기 시작했으며 이는 친.반유대에서친.반예수로 변화하는 중요한 과정이었다.
따라서 일부 기독교사회에서는 유대를 악마의 대열로 분류하는 극단적인 사고가 발생하기 시작한 것이라고 페이즐스는 주장하고 있다. 기독교도들이 이교도를 악마시하기 시작한 것이다.
사도 바울은 예수를 따르지 않는 사람들을 악마의 대리인으로 비난했다.
이처럼 초기 악마는 「추락한 천사」인 「친근한 적」으로 인식되었으나 세월이 지나면서 반기독교로 정착되기 시작했다는 것이 페이즐스의 해석이다.
페이즐스의 악마론은 결국 악마는 사회적 변천을 따라 함께 변화해왔으며 이는 기독교가 정신계를 지배하고 있는 서구문명에서 기독교와 「다른 것」에서 「모든 다른 것」으로 자리잡고 있다는주장을 골자로 한 것이다.
페이즐스의 이같은 주장은 악마에 대한 사회학적 접근으로 이해되고 있어 앞으로 신학적 측면에서 상당한 반론에 부닥칠 것으로예상된다.
인간세상에서 신은 물론 악마를 믿지 않는 사람들마저 악마의 지배를 받고 있는 양상은 이같은 자신 또는 자신이 공유하고 있는 것과 다른 것이라는 인식에서 출발하기 때문에 가능한 것으로페이즐스는 해석하고 있다.
악마의 종교적 해석을 넘어 인간살이에서 볼 때도 이같은 주장은 음미해볼만한 것이다.〈美 랜덤사刊,2백14쪽,23달러〉 워싱턴=陳昌昱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