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시국미사 중단 잘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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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천주교 서울대교구가 더 이상의 집단행동을 유보하고 시국미사를중단키로 한 것은 현명한 결정으로 보여진다.조계종도 22일 종회를 열어 천주교측과 비슷하게 종단의 입장을 정리할 것이라고 하니 바람직한 일이다.이로써 명동성당과 조계사 공권력 투입으로빚어진 종교계와 정부의 갈등이 일단 수습국면으로 접어든 셈이다.이밖에 서울 지하철노조도 쟁의발생신고를 철회하고,임금협상을 지방선거이후로 연기했다고 하니 모두 우리 사회의 보다 성숙해진일면을 보는 것 같다.
「지방자치선거와 남북문제등 시급한 국가적 현안을 앞에 두고 국민적인 화해와 일치를 위해」대정부투쟁을 중단한다는 천주교측의결정에 대다수 국민들이 공감하리라 믿는다.그동안의 투쟁강도나 전례로 미뤄 볼 때 천주교측이 이같은 결정을 내 리기까지 안팎으로 많은 어려움이 있었을 것이 틀림없다.젊은 사제를 주축으로전국사제시국대책위가 발족되고,이중 10명이 무기한 단식농성을 시작하는등 새로운 투쟁이 벌어지는 것이 이를 입증하고 있다.또성명을 통해 강한 불만을 토로하고 가두 촛불시위를 벌인 것을 보더라도 아직 앙금이 채 가라앉지 않고 있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어 안타깝다.그렇지만 이들도 곧 종교인 특유의 용서와 화해.관용정신으로 갈등을 해소할 것으로 기대하고 싶다.
우리는 공권력투입 당시부터 정부와 종교계의 마찰을 걱정하면서갈등이 장기화하거나 증폭돼서는 안된다는 점을 계속 강조해왔다.
공권력의 정당한 법집행과 종교시설간의 미묘한 입장차이에서 어떤방법이 옳고 바람직한가도 명백히 제시하며 종교 계의 대정부투쟁에 유감을 표시한바 있다.결국 정부와 종교계의 마찰은 승자.패자도 없이 상처만 남긴채 어느 쪽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이번 사태는 교훈으로 남긴 셈이다.
불행한 경험은 한번이면 족하다.정부와 종교계는 이번 아픔을 보다 성숙해지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또 양측 모두 무엇이 문제이고,누가 얼마나 잘못했는지를 스스로 반성하는 계기로 삼아 다시는 이같은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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