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워!중견기업] 무선모뎀‘씨모텍’ “퀄컴·보다폰도 우리 제품 쓰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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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선 데이터 통신기기 전문 회사인 씨모텍의 이재만(47) 사장은 2002년 5월에 사업을 시작하면서 아내에게 각서를 썼다. ‘가족과 나라에 폐는 끼치지 않겠다’는 내용이었다. 부인의 걱정은 이만저만이 아니었을 것이다. 반도체 유통회사(해광전자)의 임원으로 잘 지내던 남편이 시장 전망도 불투명한 사업에 뛰어들겠다고 한 때문이었다. 평소 이동통신 시장에 관심이 많던 이 사장은 각종 무선기기에 열광하는 소비자층이 두터워지는 걸 보고 결심을 굳힌 상태였다. “각서는 아내 설득용이었지만 나 자신을 채찍질하는 출사표이기도 했어요.”

그로부터 6년. 이 사장은 세계 무선 데이터 모뎀 시장의 역사를 새로 쓰고 있다. 씨모텍은 노트북이나 PC 등에 쉽게 꽂았다 뺄 수 있는 USB형 모뎀 분야의 세계 1위 기업이 된 것이다. 휴대전화처럼 개별 번호가 있는 씨모텍 모뎀을 쓰면 휴대전화가 터지는 어느 곳에서나 인터넷을 즐길 수 있다.

씨모텍은 퀄컴과 보다폰 등 세계 36개 통신사업자한테서 제품 인증을 받았다. 이를 바탕으로 미국·독일·중국·호주 등 세계 29개국에 제품을 수출한다. 회사 규모는 해마다 배가되고 있다. 2006년 300억원대이던 매출은 지난해 900억원대, 올해 목표는 1700억원대다. 지난해 200억원 넘는 순익을 올해 400억원대로 키울 참이다. 매출 대비 수출 비중은 85%에 이른다.

샐러리맨 시절 해외 영업통이던 그는 “회사 설립 초기부터 아예 해외 시장을 겨냥했다”고 설명했다. 올해 수출 비중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서울 여의도의 씨모텍 본사 사장실 옆의 대회의실 이름은 지난해까지 ‘1억$실’이었다. 회사의 수출 목표치를 회의실 이름으로 쓴 것이다. 지난해에 이 목표를 거뜬히 이룬 이 사장은 올 초에 이 회의실 이름을 ‘2억$실’로 바꿨다.

지금은 무선 데이터 모뎀이 고성장 아이템이지만 그가 이 분야에 손을 대기 시작할 무렵에는 미래가 불투명했다. 게다가 당시 무선 데이터 통신 시장에서는 PC카드(PCMCIA) 방식이 주류였다. 그러나 이 제품은 노트북에만 장착할 수 있었다. 또 노트북의 열을 그대로 빨아들여 통신 성능이 떨어졌다. 이 사장은 이런 문제가 없으면서 쉽게 무선 인터넷을 쓸 수 있는 제품을 개발하고 싶었다. 그러다 떠올린 게 노트북이나 PC 등에 꽂았다 뺐다 할 수 있는 USB형 모뎀이었다.

씨모텍이 세계 최초로 개발한 이 제품의 진입 장벽은 꽤 높다. 퀄컴 등 칩 업체나 보다폰 같은 통신회사의 인증을 받기가 쉽지 않을뿐더러 수많은 PC와 호환성을 갖춰야 하기 때문이다. 이 사장은 “씨모텍도 초기에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다”며 “직원의 65%가 연구개발(R&D) 인력일 정도로 기술개발에 열심이고 디자인에도 신경을 많이 쓴다”고 말했다.

기술력과 성장성을 인정받았는지 올 1월에 미국 인텔이 운영하는 벤처캐피털인 인텔캐피털의 투자를 800만 달러 받았다. 씨모텍의 전환사채(CB)를 인수한 인텔캐피털은 씨모텍과 3세대 이동통신, 와이맥스, 무선 데이터 통신기기 분야에서 협력하기로 했다.이 사장은 올해 무선 데이터 통신기기를 내장한 새로운 개념의 휴대 인터넷 단말기를 선보일 계획이다. 그가 구상하는 새 단말기는 노트북보다 작고 PDA보다는 큰 휴대용 무선 단말기인 ‘웹패드’를 닮았다.  

남승률 포브스코리아 기자

※좀 더 상세한 내용은 포브스코리아 4월호에서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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