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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도심서 50건 연쇄 방화 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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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서울 중구 만리동에 사는 전모(28)씨는 자동차 정비사다. 지방 전문대에서 자동차학과를 졸업하고 2005년 3월 서울로 올라왔다. 비록 정비사 자격증은 없었지만 ‘일하며 따겠다는 조건’으로 중구의 한 정비소에 곧바로 취직했다.

오전 8시부터 오후 8시까지 하루 12시간 이상 근무했지만 힘든 내색을 하지 않았다. 그를 옆에서 지켜본 정비소의 한 직원은 “일도 열심히 하고 밝고 명랑한 성격이었다”고 말했다.

동네 주민들도 그를 좋아했다. 예의 바르고 조용한 그의 성품 때문에 이웃 주민들 대다수가 ‘1등 신랑감’이라고 여겼다. 그는 지난해 2월 19일 새벽 2시36분 서울 용산구 서계동 한 건물 마당에 쌓아놓은 제품에 불을 질렀다. 불은 건물 일부로 옮겨 붙은 뒤 진화됐다. 첫 번째 방화였다.

이유는 ‘화풀이’였다. 5년간 사귄 애인의 부모가 그를 못마땅하게 생각해 결혼이 불가능해지자 묻지 마 방화를 시작한 것이다.

그는 경찰에서 “불을 지르자 애인 부모 때문에 쌓인 스트레스가 해소되는 것을 느꼈다”고 밝혔다. 첫 번째 방화에서 쾌감을 느낀 것이다. 그런 뒤 전씨의 이중생활이 본격화됐다. 낮에는 늘 그랬듯 성실한 정비공이었다.

그러나 밤에는 동네를 돌아다니며 불을 질렀다. 성실한 청년이 ‘지킬 박사와 하이드’로 바뀌고 말았다.

지난해 2월부터 최근까지 전씨가 저지른 방화는 모두 50여 건이나 된다. 주택과 차량, 쓰레기 등을 가리지 않았다. 전씨는 어느새 ‘방화광(pyromania)’이 되고 만 것이다.

전씨가 저지른 방화로 애꿎은 목숨이 희생되기도 했다. 전씨는 지난해 4월 남대문로에 있는 쪽방촌에 1회용 라이터를 이용해 불을 질렀다. 그 화재로 방안에서 자고 있던 이모(49)씨와 또다른 이모(81·여)씨가 사망했고 4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전씨는 서울의 한복판인 중구와 마포구 일대에서 연쇄 방화를 해 경찰 추산 20억여원의 재산 피해를 입혔다. 이 일대 주민들은 방화 사건이 잇따르는데 범인은 잡히지 않자 ‘도깨비불’이라며 두려워했다.

방화 행각은 1년 만에 끝났다. 경찰은 “새벽에 정비복을 입은 사람이 불을 질렀다”는 목격자들의 진술을 근거로 전씨를 검거했다. 서울 남대문경찰서는 전씨를 연쇄 방화 혐의로 구속해 검찰에 송치했다고 21일 밝혔다.

장주영·한은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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