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 이름 바꾸기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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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국립중앙박물관(관장 이건무)은 10월 28일 서울 용산에 새로 문을 여는 것을 계기로 문화재에 붙여진 한자 이름을 쉬운 우리말로 바꾸기로 했다. 이는 그동안 문화유물의 이름이 전문가나 알아볼 수 있을 정도로 너무 어렵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예를 들어 '분청사기상감인화용문호(粉靑沙器象嵌印花龍文壺)'는 그냥 '용무늬항아리'로, '청동은입사포류수금문정병(靑銅銀入絲蒲柳水禽文淨甁)'은 '물가풍경무늬정병', '백자철화수뉴문병(白磁鐵畵垂紐文甁)'은 '끈무늬 병'으로 알기 쉽게 바꾼다.

그림의 경우에도 '영산회상도(靈山會上圖)'를 '영취산에서 설법하는 석가모니 부처'로, '강산무진도(江山無盡圖)'는 '끝없이 펼쳐진 강산'으로 바꾸고 목칠공예품인 '죽제고비(竹製考備)'는 '편지꽂이'로 고쳐 누구나 이름만 봐도 문화재에 대한 이해를 할 수 있게 된다. 바뀐 이름에는 지금까지 불린 대로 한자 이름과 함께 한글 발음을 병기할 방침이다. '추사 김정희가 쓴 자신의 별호에 대한 글'의 경우 '秋史 金正喜 筆 默笑居士 自讚: 추사 김정희 필 묵소거사 자찬'처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조선 초기 안견(安堅)의 '몽유도원도(夢遊桃源圖)'나 추사 김정희의 '세한도(歲寒圖)'처럼 작품이 만들어질 때 이미 이름이 붙여졌거나 오랫동안 쓰여 고유명사화한 작품 이름의 경우는 그대로 살리되 '꿈속에 여행한 복사꽃 마을' 같이 한글로 된 이름을 나란히 붙여 이해를 돕는다.

이만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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