慶州선재미술관"전통과 오늘의 작품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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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7면

『70년대 중반이후 김기창은 「바보산수 시리즈」와 「화조도」를 통해 민화의 치졸한 기법 속에 함축된 해학을 드러낸다.장욱진의 소박한 감정표현과 간결하고 단순한 대상 처리 또한 민화의표현기법과 유사하다.』 전통은 시대에 따라 새롭게 태어날 때 그 의미가 빛나게 마련이다.이렇게 볼 때 지난 3일부터 8월6일까지 두달동안 경주 선재미술관((0561)(745)7075)에서 계속되는 「전통과 오늘의 작품전」은 전통의 창조적 수용이라는 대명 제를 음미하는 흔치 않은 자리가 되고 있다.
우리의 미(美)에 대한 의식과 태도를 결정적으로 드러내는 산수화.고지도.부적.불화및 무속등이 오늘날의 현대화가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고 또 그들 작품에 어떻게 수용되는가를 추상적 개념이 아닌 구체적 작품을 통해 추적하고 있어 주목된 다.
참가작가는 모두 21명.지난 85년과 90년 작고한 박생광.
장욱진화백과 김기창.김상유씨등 원로화가부터 김병종.석철주.안필연씨등 젊은화가들까지 망라돼 있다.
전시 작품은 모두 40여점으로 회화등 평면작업이 대부분이고 입체나 설치작품은 3점(안성금.안필연.이재권)이다.이전시를 위해 새로 선보이는 작품은 아니지만 현대화가들이 우리의 전통을 어떤 식으로 소화하고 있는가를 한 자리에서 비교. 검토한다는 데 의미가 있다.
이 전시의 두드러진 특징은 민화.불화.고지도.문양등의 형식을기준으로 작가와 작품을 분류하고 있다는 점.작가들이 전통적 미의식을 담기 위해 의도적으로 작업하는 것이 아니고 또 작품성향을 두부 자르듯 묶을 수는 없지만 전통의 현대적 계승이라는 관점에서 작품들을 형식별로 한 범주에 묶어 소개하고 있다.
우선 민화풍의 표현을 시도해 오고 있는 작가로는 위에 언급한김기창.장욱진 외에 김상유를 들 수 있다.세상과 절연하고 동양적 명상의 세계에 침잠한 듯한 분위기를 노출하는 그의 유화는 형식적인 면에서는 복술가들이 운명을 점칠 때 참 조하는 당사주그림의 치졸하면서도 강렬한 관능적 색채를 드러낸다.
또 중견화가인 김병종과 김종학의 최근 작품은 자유로운 표현과강렬한 색채구사에서 민화의 화조도를 연상케 하는 부분이 적지 않다. 특히 석철주.김근중.이희중씨등 젊은 작가들은 문양(紋樣)에 나타나는 기호체계를 활발하게 변용하는 모습을 보여준다.예컨대 여인들의 실꾸러미.천조각.색실들의 이미지를 종합해 하나의추상적 패턴을 구성하는 석철주와 생활기물 속에 편재된 문양과 이미지를 혼합해 화폭에 담는 이왈종의 작업이 흥미롭다.
이밖에 현대사회의 삶을 사진으로 찍고 또 이를 전통불화의 양식에 담아내는 손연칠의 작업도 특이하다.또한 이전시는 부적.목각판.민화.보자기등 전통 민예품을 현대회화의 사이사이에 함께 진열하고 있어 과거와 현대를 관람객이 한자리에서 직접 살펴보도록 유도하고 있다.
◇출품작가=김기창.김상유.김종학.박생광.서세옥.손동진.오수환.이세득.이왈종.이종상.장욱진.전혁림.김근중.김병종.김용철.석철주.손연칠.안성금.안필연.이재권.이희중 慶州=朴正虎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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