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登輝총통 訪美후 美.中.대만관계 긴장고조-미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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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리덩후이(李登輝)대만총통의 방미(訪美)를 허용한 美행정부및 의회의 태도에 대해 중국정부가 불쾌한 반응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워싱턴 외교가에서는 앞으로의 美中관계에 대해 비관론과 낙관론의 상반된 전망이 나오고 있다.
美中관계에 대한 위기론자들은 최근 미국이 李총통의 방미를 허용한 것은 대만에 대한 미국의 정책변화의 징조며 美의회에서도 親대만 분위기가 급속히 확산되고 있어 상대적으로 중국과의 관계가 나빠질 것으로 보고 있다.
李총통에 대한 美입국비자발급 직후 중국정부가 예정된 군사사절단의 방문취소 조치를 취하는 등 불만을 행동으로 보인 것도 양국관계 악화의 징조로 꼽히고 있다.
李총통이 모교인 코넬大동창회 연설도중 중국을 자극하는 발언을한 사례와 관련,미국이 이를 사전에 예상했으면서도 묵과한 것이미국의 부정적 對중국정책을 엿볼수 있는 단서라는 주장도 나오고있다. ▲중국의 대미(對美)무역흑자 해소노력 미흡▲중국인권문제▲중국의 핵실험과 핵기술 수출등으로 미국이 상당히 불만스러워하고 있는 마당에 대만정부의 조직적인 대미 의회로비활동이 최근 적지 않은 효과를 거두고 있는 것도 이같은 주장의 근 거로 제시되고 있다.
그러나 美정부당국자와 외교전문가들의 낙관론 또한 만만치 않다.美中관계가 결코 현수준이하로 변화하지 않을 것이며 美-대만관계 급진전이 美中관계 악화에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美국무부는 李총통의 방미가 어디까지나 개인자격이며 대만의 유엔가입 지지를 요구하는 美의회의 요구를 美행정부가 결코 받아들일 수 없으며,더욱이 중국에 대해 「하나의 중국」정책을 충실히 수용해오고 있음을 내세우고 있다.
한편 美의회의 대만입장 옹호 결의안 상정등 親대만적인 행동도궁극적으로 구속력이 없을 뿐 아니라 대만측의 적극 로비에 대한인사치레적 성격이 짙기 때문에 美中관계 악화는 초래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특히 親대만파인 프랭크 머코스키 상원의원(共.알래스카州)이 李총통의 입국비자 발급촉구 결의안을 제출하면서 『美中관계의 기본을 저해하는 것은 원치 않는다』고 말한 것은 美의회의 기본입장을 대변하는 발언이다.
워싱턴의 한 중국전문가는 중국정부가 李총통 방미에 신경질적인반응을 보인 것은 그가 9월 알래스카를 방문하려는 것과 일본방문의 선례가 되는 것을 막기 위한 전략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낙관론자들은 美中관계는 美-대만관계보다 미국의 국익에 더 중요하기 때문에 결코 커다란 변화는 없을 것이라 말하고 있다.
[워싱턴=陳昌昱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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