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후보자들에 바란다-정책대결로 가야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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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6월27일 4대 지방선거에서 유권자들은 자기지역의 미래를 걸머질 4명(광역 및 기초 자치단체장,광역 및 기초의원)의 공직자를 처음으로 직접 뽑게 되므로 좀더 자기지역의 후보자에게 관심을 보여줘야 된다.
지방자치하에서의 선거는 내집 앞의 쓰레기.상하수도 문제등 실생활의 문제를 해결하는 정책뿐만 아니라 중앙정부 및 다른 지방자치단체와의 관계,세계정세에 대응할 수 있는 자치단체 만들기 등의 분야에서 구체적인 정책대결이 바람직하다고 본 다.
여론 조사에서도 보듯 선거에 대한 인지도가 낮은 이유는 유권자에게만 책임이 있는 것이 아니다.후보들간 정책공약에 차별성이없기 때문에 누가 되든 상관없다는 분위기가 형성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므로 유권자에게 다양한 선택가능성을 못주어 투표율을 저하시키고 있는 것은 먼저 후보에게 책임이 있는 것이다.후보들간의 정책차별성이 없는 선거는 자연히 상대방에 대한 비방.
부정선거 등 선거병폐를 재연시킬 소지가 크다.
따라서 다른 후보가 내걸기 때문에 자기도 정책공약으로 내거는구태의연한 백화점식 공약보다는 후보 개인 또는 정당.시민조직의개성있는 정책대결로 가야 한다.
이웃나라 일본의 약50년에 걸친 지방자치사는 우리에게 많은 시사점을 준다.초기에는 우리와 같이 지방의회의원들의 비리,단체장의 부패 등이 많이 발생했으나 이제 지방선거의 분위기는 정책대결로 나아가고 있다.지역개발등의 분야에서 같은 정책을 표명할경우 중앙에서 정당들간의 대립과 상관없이 소위 연합추천이라는 형식으로 단일후보를 내세우고 있다.
지난 4월 치러진 일본의 통일지방선거에서 도쿄都지사와 오사카(大阪)府지사로 당선된 아오시마 유키오(靑島幸男)와 요코야마(橫山)노크가 그런 예다.이들은 코미디언으로서 또한 국회의원으로서 비슷한 경력을 갖고 있다.
그러나 시민들은 이들이 단순히 유명 연예인이라서 선택한 것이아니다.도쿄의 경우 그동안 우리돈으로 수조원을 투자했던 도시박람회,임해부도심(臨海副都心)건설 중지를 공약으로 들고 나왔던 아오시마가 당선됐다.
유권자가 냉정하게 개발이냐,중지냐 하는 정책대결에서 무리한 사업의 중단을 택한 것이다.
또한 오사카의 간사이(關西)신국제공항이 1조엔(약 10조원)의 빚에 허덕이고 있다는 보도도 나왔지만 요코야마는 바로 이 문제를 선거때 정책대결로 삼아 기존의 정당들과 싸워 이겼다.그는 2期 공사는 중앙정부가 재원을 부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두 경우를 보면 유권자들이 기존의 개발중심정책을 재검토하자는쪽으로 분명한 의사표현을 했다고 본다.
민주주의에 있어 선거는 조용한 혁명이라고 할 수 있다.인류역사에 점철했던 폭력에 의한 정권교체가 아니라 정책에 의한 정권교체가 가능하다.유권자들은 뜬구름 잡는 공약이나 희생이 따르지않는 지역이기주의적 공약에 대해서는 고개를 돌려 야 한다.
지역의 특성과 중앙정부 정책과의 연계성,나아가서는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추려는 공약을 내건 후보를 지지할 때 우리의 지방자치가 정착되리라고 생각한다.
후보들은 이번선거에서 자신의 철학이 담긴 정책공약을 내걸고 유권자들에게 표를 호소해야 한다.
그럼으로써 이번선거를 유권자들이 올바른 인물을 선택하고 나아가 올바른 선거문화를 정착시키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한국지방행정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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