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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회>현대중국문인화 소서展-13일까지 공평아트센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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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문인화의 진정한 품격은 고독감에서 비롯한다.
인간이 자기 자신을 놓고 또다른 자신을 시켜 지켜보게 하면 삶은 유한하고 덧없다는 생각과 함께 쓸쓸한 감회에 젖게된다.
문인화가 높은 학문과 고매한 인격을 바탕으로 한다지만 실은 그것은 학문과 인격을 매개로 한 인간적 성숙,즉 삶에 대한 반성적인 심경을 그린 것으로서 거기에는 자연히 고독한 분위기가 담겨있게 마련이다.
현대중국화단에서 과거형(過去形)의 문인화가 아니라 현재형 문인화를 그려온 중진작가 소서(蕭墅.58)작품전이 국내에 소개중이다. 공평아트센터((733)9512)에서 13일까지 소개중인소서의 작품은 9m50㎝를 넘는 대작 산수화『만리를 흐르는 송천에는 시정이 녹아있고(松泉萬里蘊詩情)』를 비롯해 산수.인물.
화조화등 문인화 70여점과 서예작품 10여점이다.
소서 문인화에는 삶의 쓸쓸한 고독감이 짙게 배있다.그러나 거기에는 고독감과는 다른 차원인 생의 신비와 외경을 노래한 강건한 의지도 담겨있어 그의 그림의 특징을 이룬다.
베이징(北京)출생인 소서는 어려서 부모를 잃은뒤 13세부터 그림을 그려 스스로 생계를 유지할 정도로 그림솜씨가 뛰어났다.
베이징공예미술학교를 졸업하고는 중국역사박물관에 초청돼 문화재복제작업에 참여했으나 문화혁명때 신장(新疆)지방으로 내쫓겼다.그는 거기서 18년간 머무르며 울분에 찬 분노를 삭이며 청.장년기를 보냈다.
짙은 먹과 청록채색을 사용한 산수화대작은 삶.생명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담은 작품이다.반면 물이 흥건한 먹으로 강가에 앉아 고향을 생각하는 향수를 애절하게 그린 『기러기를 보며 고향을 생각하네(望雁舊思)』나 조롱속의 새가 그림속의 새를 바라보는 『서로 부러워하며(互羨圖)』는 각각 삶의 고독과 인간세상의허무함을 한폭의 그림으로 나타낸 작품들이다.
한때 불우했던 삶을 살았던 주인공답게 주관도 강해 그림속의 글귀 가운데는 현대중국화의 잘못된 풍조를 비난하는 글도 많아 보는 사람들의 흥미를 끈다.
尹哲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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